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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외가에서 살았던 조카들이 미국서 모두들 성공했다죠

오정윤(시인)

그 해 겨울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었지요. 굴뚝은 타고 내려와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신다는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다 밤 자정쯤에 어린 조카들 셋은 모두 깊이 잠이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온 세상은 밤새 하얀 눈으로 덮여있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눈을 뜬 세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들을 가슴에 안고 좋아서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모두 솔방울 같은 털모자가 달린 조금은 헐렁한 오리털 파카였습니다. 4살 윤신이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마당에서 나비처럼 훨훨 춤을 추었습니다. 작은오빠 지성이는 외갓집 식구들 앞에서 수저를 마이크 삼아 들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외갓집 온 식구들은 모두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

 

형님과 누나가 미국에 건너가 자리 잡을 동안 그 몇 년 외갓집에서 지내던 어린 조카들이 지금도 눈에 보이는 듯 선합니다.

 

어려서 춤을 좋아하던 윤신이는 뮤지컬 학교를 세웠다지요. 지성이는 가스펠 송 가수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성직자가 되어 유창한 영어로 설교를 한다지요. 그리고 어려서 유달리 몸이 날랬던 정민이는 일등 체육교사가 되었다지요.

 

지금쯤 외할머니가 살아 계셨더라면 얼마나 대견스럽고 좋아했을까. 모두 추억이 된 옛날 얘기 나누며 다시 만나는 날 있기를 고대합니다.

 

/오정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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