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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이명박식 화법에 길들여진다는것 - 이재천

이재천(대통합민주신당 전북도당 정책실장)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 때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경쟁자인 이명박 후보에게 “거짓말한다” 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다른 어떤 따지는 말보다 ‘거짓말한다’라는 표현은 사뭇 인격 모독적이고 명예훼손의 책임성을 띠고 있는 무서운 말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표는 그 말을 상당 수 반복했다.

 

“BBK 주식이 한 주도 없다”고 말한 이명박 당선인은 “BBK라는 투자 자문회사를 설립했다”고 광운대에서 강연을 했고, 그 뒤로 대변인을 통해서는 “‘내가’ 라는 말이 들어 있지 않아 그것은 이명박 후보가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력한 정치인이 하는 말이라 국민들이 그럭저럭 알아들은 것은 같지만, 이런 기상천외한 궤변은 화법으로 하면 어떤 화법으로 분류시킬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인사인 대통령의 말을 국민들은 장차 진지하고 열심히 들을 수밖에 없는데, 듣기는 듣지만 이해하기에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분명 이명박 당선인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화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대통령의 새로운 화법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특별한 언어해득력이 강요되고 있다.

 

휴대 전화 요금을 인하한다고 하면서 수신자까지 전화요금을 부담해라 하는 말이 합당한지, 그리고 사교육비를 잡기 위해 자사고와 특목고를 100개씩 만든다는 것이 언어의 의미전달로서 가능한 것인지 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끝이 없지만, 정말 압권은 여성가족부 폐지에 얽힌 그의 화법이다. 여성가족부의 존치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더 이상 말할 것이 없으니, 이미 이명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 여성계와의 토론회에서 그 당위성을 본인 입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다짐에 다짐. “이 말은 선거용 같아 마음에 부담이 가지만 나는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기 때문에 오늘 대화, 말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수행하겠다.”

 

이 말의 구체적 시행은 여성가족부를 폐지시키고 보건복지부로 통합시킨 것이었다. 후보 시절의 말이 이런 뜻이었나? 그리고 개편안 발표와 함께, 여성가족부는 더 확대시킨 것이라고 하니 정말 이제껏 폐지 통폐합 되었던 그 모든 기구와 부서들이 실질적으로는 다 확대 강화되었나? 부서를 없애놓고 더 확대시켰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인가, 정말?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하는 말이니까 공무원들이나 국민들이 믿어야 하는가? 절대, 상황은 그렇지 않다. 앞으로 이명박 당선인이 하는 말은 곧이 곧대로 이해하면 안되며, 일반국민의 어법과는 반대로 해석해야 이해될 수 있는 말이 될 것이다.

 

우리는 너무도 중요한 사실 하나를 날마다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것.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아닌 선택과 행동을 주시해야 한다. 그런데 한편, 그렇다. 어떻게 날마다 대통령이 하는 말을 뒤집어 보고 머리를 굴려 가면서 사냐 그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슨 공약이 어떻게 뒤집어질지 어떻게 날마다 마음 졸이면서 사냐 말이다. 정말 걱정이다. 그의 도덕성 검증은 끝나지 않았고, 그에게는 장차 ‘선거용’으로 써먹을 것들이 무궁할 것이다.

 

/이재천(대통합민주신당 전북도당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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