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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소극적 안락사

지난 97년 발생한 서울 ‘보라매병원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안락사 논쟁을 촉발시킨 사건이다. 의식불명 환자를 보호자의 간절한 요구에 따라 퇴원시키고 인공호흡기를 뗀 직후에 환자가 숨진 사건이다. 대법까지 가는 긴 논란 끝에 두명의 담당의사는 살인방조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당사자들에게 큰 고통은 물론 의료계에도 엄청난 혼란을 야기시켰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만큼 그 사건을 계기로 관련 제도가 개선됐어야 하는데 지금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 해도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사건 이후 의사들은 환자나 보호자의 어지간한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자칫 범죄자로 기소될 우려 때문이다.

 

말기암에 접어들거나 사고 등으로 환자가 회복 불능의 상태에 들어가면 가족들은 환자의 고통을 곁에서 지켜보는 안타까움과 함께 경제적 부담을 동시에 떠올리기 마련이다. 환자에게 약물등을 주입해 죽음에 이르게 하도록 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대비되는 ‘소극적 안락사’란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나 그 대리인이 생명유지 장치 사용이나 치료중단을 요구해 의사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환자의 죽을 권리를 존중함에 따라 소극적 안락사를 ‘존엄사’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라매사건의 경우처럼 존엄사를 형법의 자살방조와 의료법의 진료거부로 해석,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안락사를 합법화하고 있는 나라는 네덜란드가 유일하다. 단 조건은 불치병이어야 하고, 환자 고통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이며, 본인이 건전한 정신으로 동의해야 한다. 이같은 안락사의 허용에 특히 종교계의 반발이 크다. 인간의 생명은 천부의 권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 상당수의 정서는 존엄사에 찬성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몇년전 한림대 이인영 교수가 전국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9.3%가 존엄사에 동의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최근 정부가 존엄사에 대한 사전 의사결정 근거를 담은 ‘호스피스 완화 의료에 관한 법률’ 입법을 추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조심스럽게 존엄사에 접근한 것이다. 우리도 이제 무조건적 반대에만 나설 때가 아닐성 싶다. 환자의 죽을 권리를 존중하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진지한 논의와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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