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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학금에 담긴 영남인의 '전북사랑'

남모르게 펼쳐온 한 사람의 나눔정신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영남 출신의 한 기업인이 아무 연고도 없는 전북지역 중고교에 20년 동안 끊임없이 장학금을 전해준 것이다. 경남 김해 출신으로 서울에서 무역업으로 성공한 (주)안세 안병근 회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안 회장은 1989년부터 올해까지 고창 북중·고에 1억7714만 원의 장학금과 도서구입비 2580만 원 등 총 2억 원이 넘는 돈을 꾸준히 전달해 왔다. 지금까지 그에게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만 248명에 이른다.

 

그가 펼쳐온 장학사업은 몇가지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첫째는 시골학교를 택했다는 점이다. 그는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10㎞를 걸어 다녔고 고교와 대학도 고학으로 졸업할 만큼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 경험이 시골학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읍면지역의 중고교는 학생모집이 안될만큼 어려운 상태다. 웬만큼 사는 집안에선 자녀들을 모두 도시로 내보내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시골학교는 생활이 어렵고 불우한 환경에 처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하지만 대기업 등 독지가들은 도시의 명문학교에 장학금을 내놓지 시골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게 일반적 경향이다.

 

둘째는 지역갈등 치유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영호남 지역갈등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가장 큰 병폐중 하나라는데 누구나 동의한다. 3김씨 이후 일부 수그러든 면이 없지 않으나 지금도 여전히 맹위를 떨친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데 안 회장은 20년 전 “전북출신 대학동기로 부터 호남이 차별받고 상대적으로 못산다”는 얘기를 듣고 아무 연고도 없는 고창에서 장학사업을 펼쳐왔다.

 

세째는 20년간 꾸준히 해 왔다는 점이다. 선행이나 나눔도 대개 한두번에 그치는 경우가 예사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낯선 곳에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네째는 알리지 말라고 부탁한 점이다. 낯내기 좋아하는 시대에 안 회장은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이같은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나눔의 실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절실히 요구된다.

 

영남지역 한 기업인의 쉼없는 전북사랑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고귀한 뜻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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