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호(군산본부장)
나뒹구는 쓰레기더미, 허름하게 늘어선 건물들, 선로를 막고 장사를 하는 아줌마들, 선로위에 방치돼 있는 생선상자들, 아무렇게나 버려진 생활가구들....
군산역이 대명동에서 내흥동으로 이전한 후 도심속에 산재해 있는 철로를 따라 둘러본 장소는 쓰레기 불법투기장을 방불케 했고 군산속에 행정사각지대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곳이 과연 비상하는 군산시의 참모습인가, 군산이 군산방문의 해를 맞아 외부 손님을 맞기 위해 대비를 하고 있는 지역인가 궁금했다. 군산을 찾는 외부손님들이 이곳을 찾을까 겁이 났다.
군산역!
일제 강점기였던 지난 1912년 호남선의 지선으로 익산과 전주를 잇는 군산선이 개통되면서 건축됐고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수탈의 역할을 담당했던 아픈 상처를 안고 있다.
군산선은 내항, 옥구역및 군산비행장과 연결됐고 1944년 당시 일본기업인 북선제지 군산공장에 의해 페이퍼코리아로 연결되는 철도노선도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내려 오고 있다.
대야에서 도심을 가로질러 군산역으로 연결됐던 철도노선은 군산을 동군산과 서군산으로 갈라 놓아 도시균형발전에 큰 걸림돌이 됐고 상대적으로 발전이 되지 않았던 동군산방면의 주민들은 소외감을 느껴왔다.
세월이 흘러 장항선이 군산선과 연결되면서 마침내 대명동의 군산역은 종지부를 찍고 내흥동으로 올해 1월 이전했다.
도심에 산재해 있는 철도선로가 조속히 철거돼 군산발전이 앞당겨질 것으로 많은 시민들은 기대했다.
부두선인 군산역∼내항구간은 연간 10회정도 민간의 운송수요에 따라 활용되고 군산역에서 페이퍼코리아로 연결되는 페어퍼코리아선은 오는 6월말로 화물취급기능을 다하고 군산역∼옥구역구간은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상의는 대명동의 군산역사와 철도노선이 철거되지 않는다면 흉물스런 공간의 방치로 도시미관과 군산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며 군산역사및 철도노선의 조기철거를 철도공사측에 최근 건의했었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의 회신내용은 조기철거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옥구역을 이용, 수송하는 군수물품 수급문제등으로 선로를 철거할 수 없음에 따라 철도노선을 존치하기로 정부가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또한 향후 옥구역과 연결되도록 군장국가산업단지 인입철도의 개통시점을 감안, 정부가 기존 철도노선 존치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산업단지 인입철도의 개통예정시점이 오는 2014년이고 오는 7월부터 그야말로 도심철도가 거의 활용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이 회신은 답답함만 안겨주고 있다.
활용되지 않는 철도노선을 방치하면 군산시나 철도공사 모두 득(得)될 게 없다.
시로서는 지역발전이 늦어지고 철도공사로서는 역광장등 소유재산을 빨리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재산을 이같이 방치한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철도공사는 그렇다치자. 이같은 회신에 별다른 대책없이 손을 놓고 있는 군산시가 더 문제다.
철길를 따라 걷다가 선로위에 앉아 있는 한 70대노인을 만났다.
수십년간 철로변에 살고 있는 이 노인은 “기차도 전혀 다니지 않고 이제 쓸모가 없어, 군산발전을 위해 빨리 철거되어야지 ”하고 말했다.
이 노인의 말을 군산시와 철도공사측이 귀담아 듣고 철도노선철거를 서둘러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봉호(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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