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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약속과 믿음, 자녀와의 신뢰가 필요합니다"

김계식 시인(前 전주교육장)

김계식 시인은 1940년생으로 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장학관·장학사, 마령고 교장 등을 거쳐 2002년 2월 전주교육장으로 정년퇴임하기까지 41년간 교육계에 몸담았다.

 

아들 딸을 키우면서 인성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아버지가 한학을 하셨는데, 어찌나 엄하셨던지 어렸을 때부터 머릿속에 결혼하면 엄모자부(嚴母慈父)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를 썩 잘한 편이었는데, 아버지한테서 잘한다고 칭찬받아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결혼할 때부터 집사람에게 나는 칭찬만할테니까 엄한 역할을 맡아달라고 했습니다. 집사람이 열심히 키웠죠.

 

아이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했습니다. 큰아이가 어렸을 때 흑백 텔레비전이 나왔는데 집에 없으니까 이웃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오느라고 늦는 겁니다. "필요한 프로그램만 본다면 텔레비전을 사주마" 약속을 했지요. 함께 보다가도 어린이 프로그램이 아닐 경우는 방으로 보내고, 어른들 보는 프로그램을 보다가도 어린이 프로그램 나오면 아이를 불러서 보게 했습니다. 그다음은 제 프로그램 끝나면 들어가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방으로 들어가더군요. 자식과 신뢰가 쌓인 것이지요.

 

정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꾸중하고 종아리를 때린 적이 딱 한번 있었는데,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의 일입니다. 집에 아내보다 먼저 들어왔는데 장롱 근방에서 성냥불의 유황 냄새가 나는 거에요. "불장난 안했냐?"고 물었죠. 눈을 마주쳤는데도 안했다고 하더군요. 장롱밑을 보니 타다만 종이가 나오는 거에요. 아들을 먼저 불러서 종이를 보여줬더니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더군요. 그래도 딸은 절대 안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왜 거짓말을 했는지 물었더니 "오빠하고 절대 얘기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겁니다. 회초리로 둘을 때렸지요. 솔직해야 한다고 이르면서. 본인도 자식에게 솔직히 얘기하지요.

 

정읍교육청에 근무할 당시 아들을 옆에 두고 바르게 키워야한다는 생각으로 중 3인 아들과 1년동안 대화를 나눠 결국 정읍의 한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사춘기에, 생각이 많을 시기에, 부모만큼 교육시킬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서였지요. 생활속에서 부모로서 본을 보여야 합니다. 둘째아들인 저도 어머님을 모시고 임종까지 봤지요. 아이들 둘다 서울대 나오고, 부모 섬길 줄 알고, 웃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것도 이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40대 초반과 30대 후반이 됐습니다만, 지금껏 부모 앞에서 "아니오"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남의 자식 가르치는 것이 어려운데, 내자식 가르치기가 더 어렵지요. '생자비란 양자란 양자비란 교자란(生子非難 養子難 養子非難 敎子難: 자식을 낳는 것보다 기르는 것이, 기르는 것보다 가르치는 일이 더 어렵다)' 아버님이 생전에 이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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