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로열 오페라하우스에 서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릅니다. 그만큼 이번 무대에서 더욱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테너 김재형(35)씨가 영국 런던 코번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선다.
김씨는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6월6-7월1일 공연되는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중 6월26일과 7월1일 공연에 주역으로 출연한다"고 밝혔다.
당초 롤란도 빌라존이 '돈 카를로' 역으로 전회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개인사정으로 이틀치 공연에 출연할 수 없게되면서 김씨가 갑작스럽게 합류하게 됐다.
김씨는 "이례적인 일이라 저 스스로도 당황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가 '돈 카를로' 제작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1월 이탈리아 로마 극장에서 오페라 갈라 콘서트 무대에 섰을 때였다. 이때 극장에 왔던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음악감독인 안토니오 파파노가 다음날 김씨를 따로 불러 '돈 카를로'의 주요 아리아와 이중창을 불러볼 것을 요청했다.
그동안 자신이 원하는대로 코번트가든에 설 기회를 잡지 못해 '왜 이렇게 안되는 걸까'라며 자책하기도 했던 김씨에게 이때의 만남은 꿈의 무대에서 데뷔하는 기회를 안겨줬다.
김씨는 "그때 파파노가 이끄는 이탈리아의 산타체칠리아 아카데미에서 혼자 오디션을 치렀다"며 "최근 출연이 최종 확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맡은 역할은 독일의 문호 프리드리히 쉴러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 '돈 카를로'에서 약혼녀를 아버지에게 빼앗기는 스페인의 왕자다.
줄거리가 복잡한 이 작품에는 사랑과 우정, 슬픔, 배신, 질투, 음모 등 인간사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김씨는 2006년 예술의전당이 기획하고 제작해 국내에서 공연했던 이 작품에서 주역을 맡은 적이 있다.
주로 베르디와 푸치니 등의 작품에 출연해 왔던 김씨는 작년 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화재로 공연이 취소된 바그너의 오페라 '파르지팔'의 주역으로 출연할 예정이었다.
김씨의 공연 스케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프랑스 등지에서의 일정으로 2010년까지 채워져 있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저에게 '소리의 마법사', '음악의 마법사'라고 불러준 적이 있는데요. 섬세한 표현력을 높이 평가해 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주변에서 실력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출연을 더욱 의미있게 여깁니다."
서울대 성악과를 나온 김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예술대 음악대학원을 거쳐 독일 칼스루에 국립 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뮌헨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했고 2002년에는 플라시도 도밍고 성악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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