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 현실 세계로…아파트 공동체, 울타리를 넘다
"우리는 쓰레기 배출시 불법배출을 하지 아니하고 분리배출을 철저히 이행한다."
행정기관에서 주관한 불법 쓰레기 근절 캠페인이 아니다. 이달 26일 전주 송천동 진흥더블파크에서 개최된 입주민 화합의 날 행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주민들은 불법 쓰레기투기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주민들은 또한 "아파트 단지내 불법 주차를 하지 않고 정해진 주차장에 주차하여 질서 있는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등 깨끗하고 질서 있는 아파트 단지 문화가 정착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입주민 500여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이날 아파트 단지내에서 벌어진 주민화합 행사에는 이 밖에도 주민들의 환경보전의식 고취 등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졌다.
먼저 지난해 12월말 입주가 시작된 이후 주민들이 전개해 온 폐휴지 모으기 운동을 통해 부수입을 얻은 학생용 노트 400여권을 단지내 초등학생들에게 전달하는 행사가 열렸다. 입주민들이 3개월여 걸쳐 모은 폐휴지를 전달받은 팔복동의 노스케스코그는 답례로 학생용 노트를 전달한 것. 단순 학생용 노트 전달에 불과했지만, 자원재활용의 의식을 환기시켜 주기 위한 주최측의 의도가 담겨져 있었다.
이어 행사장 한 켠에서는 폐식용유로 만든 재활용 비누 나누기와 환경사진 전시회가 함께 열렸다.
모두가 자원절약과 환경의 중요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들이었다.
주민화합이라는 이날의 행사 제목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은 비빔밥 나눔 퍼포먼스 행사였다. 이웃간의 정을 나누기 위한 비빔밥 나눔행사는 300여명 분량이 마련됐지만, 입주민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로 인해 금새 동이 났다.
이들은 관심사항은 아파트 울타리내의 일만은 아니었다.
최근 한·미 FTA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의 현실에도 눈을 돌렸다. 농촌마을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안군 정천면과의 자매결연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농민들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한 것으로, 주민들은 앞으로 정천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는 한편 방학기간 중에는 단지내 학생들을 정천면에서 농촌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등 다양한 교류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여타 주민화합행사가 주민 노래자랑 등의 흥겨운 잔치 분위기속에서 진행된 것과는 달리 이날의 프로그램은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사업에서부터 지역사회의 문제까지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 점에서 이날 행사는 이웃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입주한지 3개월여 밖에 되지 않은 주민들을 하나로 묶어낸 배경에는 지난 2005년 11월 아파트 분양을 받은 이후 개설된 송천 진흥더블파크 카페(http://cafe.daum.net/wpatk)가 자리하고 있었다.
여느 아파트처럼 입주 전까지 아파트 건설 공사진행 상황 등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설됐지만, 주민들의 입주후에도 활동을 펼쳤온 카페 동호회는 이날 대동잔치를 통해 주민들을 불러 모았다.
시작은 온라인을 통해 자신들이 살게 될 아파트 공사진행 상황을 파악하는데 있었지만, 주민들의 관심사항을 현실속으로 끌어내어 아파트 공동체를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온라인상의 관계를 현실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온라인상 카페 동호회의 기능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천 더블파크 카페의 오성록 카페지기는 "콘크리크속에서 갇혀 지내는 주민들에게 이웃의 따뜻함을 전해주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단순히 놀고 즐기는 행사 보다는 우리가 생활하는 주거공간과 지역사회의 문제도 함께 고민해 보는 의미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카페 회원들은 올초부터 2개월여 가량 이날 행사를 준비해왔다. 내심 기대는 했지만 이처럼 주민들의 호응도가 클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해 회원들은 적잖게 놀라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주민들의 입주가 이뤄진 후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됐지만, 카페가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각종 건의사항 전달은 물론 의견수렴 창구라는 카페의 특성을 살려 앞으로도 주민화합과 함께하는 지역사회 만들기를 위해 카페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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