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둥지나 주변에 낳아 부화…전북대 최승호 박사가 첫 확인
일반적으로 물고기들은 자신들이 낳은 알을 돌보지 않는다. 많은 알을 낳기 때문에 일부가 포식자에게 잡아먹혀도 남은 알들이 부화해 적정 마리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부 어종과 달리 부화율을 높이기 위해 본능적으로 알을 지키고 보호하는 어종이 있다.
대표적 어종으로는 부성애로 잘 알려진 가시고기를 비롯해 꺽지, 가물치, 쏘가리, 베스 등 육식성 어종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어종은 알의 숫자가 다른 어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부화 확률을 높이기 위해 알을 보호한다.
가시고기, 꺽지 등의 알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다른 어종의 접근을 막기 위해 보초를 서는 등의 일이다. 그러나 '탁란'이라는 특별한 전략을 이용해 부화 성공률을 높이는 물고기들은 드물다.
탁란은 뻐꾸기가 붉은머리 오목눈이 둥지에 알을 낳는 것처럼 남의 둥지나 주변에 알을 낳아 부화하는 것을 말한다. 얌체 같아 보이지만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전략인 셈이다.
4월말에서 6월, 꺽지 암컷이 바위에 길고 둥그렇게 알을 낳아 산란장을 만든다. 수컷은 이때부터 바쁘게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어 대며 산소를 공급하는 등 외부 포식자로부터 알을 지키는데 여념이 없다. 이때 기회를 엿보던 감돌고기 수 십 마리가 산란장에 달려든다.
꺽지 수컷이 온 힘을 다해 막아보지만 중과부적, 혼란스런 틈을 타 감돌고기 암컷이 산란을 하면 수컷이 정액을 뿌린 뒤 달아난다. 꺾지는 자기의 알이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는 산란장 주변을 다시 열심히 지킨다.
꺽지의 알이 부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4일 정도. 감돌고기는 열흘 정도면 부화를 한다.
하루 정도 뒤에 낳고 하루 일찍 부화해서 살아남는, 절묘한 타이밍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종족 유지를 위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다.
감돌고기가 종족 번식을 위해 탁란을 하는 것은 지난 2003년 진안군 운일암반일암 계곡에서 전북대학교 생물다양성연구소의 최승호 박사(어류행동생태학)에 의해 최초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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