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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수달·원앙 부부 함께 사는 전주천 한벽보

주차장 건설 백지화 등 생태보존 노력 결실

천연기념물인 수달(330호)에 이어 원앙(천연기념물 327호) 한쌍이 14일 전주천을 찾아왔다. 세계적 희귀종인 원앙 한쌍은 이날 전주천 한벽보 부근에서 다정스럽게 물위를 헤엄치고 있다. 이강민(lgm19740@jjan.kr)

5월의 화사한 햇살이 쏟아지던 지난 14일. 푸른 시냇물이 반, 흰 자갈밭이 반이라는 전주천 한벽보 아래에서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휜뺨검둥오리 옆에 평소 못 보던 새가 있어 망원경으로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천연기념물 327호 원앙 한 쌍이었다. 수컷은 화사한 깃을 뽐내며 먹이를 찾고 있었고, 암컷은 모래톱에 몸을 쉬고 있었다. 원앙은 이곳에 이사 왔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유유히 수면을 가르며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했다.

 

▲ 자연의 건강성을 복원한 하천이 보낸 선물

 

수달에 이은 원앙의 출현은 도심하천의 기적이다. 그것도 좁은 자투리 숲과 하천에 두 종의 천연기념물이 서식한다는 것은 특별한 생태적 의미를 지닌다. 원앙은 숲이 울창한 산골짜기 계곡이나 산간 저수지와 숲을 오가며 살며 주로 활엽수 나무 구멍에서 번식을 하는 세계적인 희귀종이다.

 

한상우 연구사(군산철새조망대)는 "서식지 자리 경쟁에서 밀린 원앙 한 쌍이 먹이가 풍부하고 인적이 차단된 활엽수 숲이 있는 한벽보 일대에 둥지를 튼 것으로 보인다"며 한벽당 주변의 하천생태계와 수변 숲이 멸종위기종과 희귀종이 서식할 수 있을 정도의 여건이 갖춰졌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수달과 원앙 부부가 전주천 한벽보로 온 까닭은?

 

전주천 한벽당 주변 도로에 의해 하천에 인접한 숲이 도로에 의해 단절된 것과는 달리 승암산 자락이 수변과 이어져 있다.

 

특히 건너편 산림환경연구소 자투리 숲은 오랜 시간 사람들이 출입하지 않고 배후에 넓은 숲이 조성돼 있어 서식 동물의 생태거점이 되고 있다.

 

이전의 콘크리트 수중보는 자연하천조성사업으로 철거되고 그 자리에 필요에 따라 바람을 빼서 수질을 관리할 수 있는 고무 댐이 설치돼 있다.

 

전주천을 서식지로 삼고 있는 수달 한마리가 짝짓기를 끝낸 물속에서 나와 물가를 거닐고 있다. 안봉주(bjahn@jjan.kr)

 

수질은 1급수에 가깝고 항상 1~1.5m 정도의 수심을 유지하고 있어 수량이 풍부하다.

 

겨울철 웅덩이를 중심으로 치어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우리나라 고유종인 퉁사리 종복원사업이 추진되는 곳이다. 참갈겨니, 피라미, 쉬리, 칼납자루, 돌고기 등 17종의 물고기가 분포한다.

 

따라서 손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고 자연하천 구간인 상류 쪽이나 주변 숲으로 이동이 용이한 환경 때문에 수달과 원앙 부부가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보금자리와 은신처, 자투리 수변 숲

 

한벽보 위와 아래가 원앙과 수달이 먹이 활동을 하는 공간이라면 산림환경연구소의 자투리 숲은 수달과 원앙의 은신처다. 발톱이 약해 땅을 파서 보금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큰 나무의 뿌리나 바위 틈 등 은폐된 공간을 이용하는 수달과 주로 활엽수 나무 구멍에 둥지를 트는 원앙에게는 꼭 필요한 보금자리다.

 

아무리 먹잇감이 풍부하다고 해도 몸을 숨기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이들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661.16m² 남짓한 자투리 숲은 한벽보 좌안에서부터 한벽교 아래, 뒤쪽은 4차선 도로가 확장되면서 산림환경연구소 숲과 단절됐다.

 

하지만 가죽나무, 팽나무, 갯버들, 찔레꽃이 자생하고 있으며 중국단풍, 은행나무, 말캐나무, 편백, 능수버들, 잣나무 등 인공적으로 식재한 나무가 한데 어울려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물가 주변으로 달뿌리풀, 갯버들, 식재한 창포가 분포한다. 광대나물, 닭의장풀, 메꽃, 지칭개, 애기똥풀 등 초본식물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 산림환경연구소 이전 대책, 생태숲 복원으로

 

전주천 한벽보 일대의 생태적 거점 역할을 해오던 산림환경연구소의 자투리 숲이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다.

 

산림환경연구소 이전 부지에 들어설 무형문화전당 주차장이 계획됐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주시도 보존의 필요성을 밝히고 시민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한 자문회의에서 주차장은 말도 안 된다며 강력히 반발해 백지화 됐다.

 

하지만 잘 조성된 배후 숲이 사라지고 주변에서 대규모 건설공사가 진행된다면 한벽보 일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달과 원앙 등의 서식 환경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때문에 자연을 잘 보존한 결과물로 우리 곁으로 왔던 수달과 원앙이 언제 이곳을 떠날지 모를 일이다.

 

전북대학교 이명우 교수는 "산림환경연구소 이전과 개발이 전주천 생태축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자투리 숲에 버드나무, 왕버들, 능수버들 등 생태적 수종을 추가로 심어 물고기와 새들의 은신처는 물론 휴식 공간을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또 "사람의 접근을 차단해 안정적인 서식 공간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며, 전주천의 생태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향교나 전통문화센터의 공지에 생태거점 공간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앙과 수달은 본디 '좁은목 지나 한벽당 언저리 각시바우 벼랑 아래서 검푸르게 굽이돌며, 이윽고 한숨 돌리는 푸르고 깊은 그 여울 - 전통문화 1985년 9월호 최명희 -'에 살았는지도 모른다.

 

수 십 년 뜻하지 않게 객지를 떠돌다 다시 고향 땅을 밟은 어린 시절 벗을 대하는 맘으로, 그 벗이 그토록 고대하던 고향의 삶이 행복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자.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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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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