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한국축구 부끄러운 자화상…도심 흉물화 내부 먼지투성이 붕괴 직전
한국축구의 대들보이자 산실인 고(故) 채금석 선생(1904∼1995년·91세로 작고)의 생가가 붕괴직전의 위기에 처해있다. 박지성, 조재진 등과 같은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했던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의 화려한 위상 뒤에는 흉물로 전락한 부끄러운 자화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10일 오전 군산시 구암동 궁멀마을 261-2번지. 목조 기둥과 스레트 지붕이 긴 세월 관리부재의 흔적과 함께 크게 훼손된 채 옆으로 기울어 있었다. 도로 옆에 위치한 이 흉가가 바로 금석배 축구대회를 탄생시킨 고(故) 채금석 선생의 생가다. 구암동사무소와 마을주민들은 부끄러운 현실을 한탄하며 외부에서 이 건물을 바라볼 수 없도록 판넬로 임시 벽을 만들었다. 채금석 선생이 사용했던 부엌과 방은 각종 목재와 집기, 먼지 등이 뒤엉키면서 난장판으로 변해있었다. 지난해 5월 이 집은 도시 빈집 정비사업으로 철거대상 리스트에 오르기까지 했다.
구암동 궁멀마을 유영길 통장(67)은 "대한민국과 군산의 자랑인 채금석 선생의 생가가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처럼 흉물로 전락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면서 "고인의 축구사랑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가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을주민 오태흥씨(75)도 "당시 선생님은 축구 얘기를 꺼내기 전에는 사소한 부탁조차 들어주지 않을 정도였다"면서 한국 축구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고인에게 머리숙여 사죄했다.
구암동사무소와 주민들이 현 부지에서 채금석 기념 소공원을 자체적으로 계획하는 등 그의 축구사랑 정신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자, 시는 현재 6000여만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오는 8월에 고(故) 채금석 선생의 생가부터 복원을 검토중이다.
시 관계자는 "채금석 선생의 생가가 그동안 방치돼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며 "올해 6000여만원의 예산으로 생가를 복원하고, 내년에 1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해당 토지를 매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북 축구인들의 열정과 사랑으로 지난 1992년에 만들어져 올해까지 매년 열리고 있는 금석배 축구대회.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대회가 그 정신과 함께 지속될 수 있을지,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채금석 선생은
발재간이 좋아 '오토바이 할아버지'로 통했던 고(故) 채금석 선생은 1930년 경신중학교 축구팀에서 전대회 석권이라는 신화를 남겼고, 1934년 백림(베를린·1936년) 올림픽예선에 한국대표로 출전했다. 1953년 이후에는 낙향해 53세때 까지 전북 일반부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고인은 특히 지역에서 축구 지도자 및 국가대표 선수, 실업·대학 선수, 초·중·고 선수 양성에 헌신하는 등 한국 축구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전북 축구인들은 그의 축구사랑정신을 기리기 위해 금석배 축구대회를 1992년에 탄생시켰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