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화면…탄탄한 구성…800억 투자 값어치 하네
중국과 한국, 일본이 투자한 범아시아 프로젝트'적벽대전'이 다음달 10일 베일을 벗는다. 중국의 차이나 필름 코포레이션과 한국의 쇼박스, 일본의 아벡스 엔터테인먼트 등 다국적 투자자들이 모여 만든 이 영화는 총 예산 규모 800억원대로 역대 아시아 영화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를 들인 야심작이다.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소설 '삼국지' 중 가장 많은 볼거리와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는 '적벽전'(赤壁戰)이다.
매력적인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전투장면의 엄청난 규모 때문에 그동안은 섣불리적벽전을 스크린에 옮길 생각을 못했던 것이 사실. 이런 까닭에 이 이야기를 영화로만드는 것은 제작 자체가 전쟁이라고 할만한 큰 도전이었다. 아시아 감독 중 할리우드에서 가장 큰 상업적 성취를 이뤘던 우위썬(吳宇森) 감독이 '드림팀'이라 불려도 좋을 만한 중국권 톱 스타들과 함께 치러낸 전투의 결과는 어떨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장(智將)에 덕장(德將)인 우위썬은 량차오웨이(梁朝偉), 진청우(金城武), 장전(張震), 자오웨이(趙薇) 같은 듬직한 영웅들과 함께 아시아형 블록버스터를 한단계 진화시킬 정도의 대단한 성취를 이뤄낸 듯하다. 눈을 압도하는 전투신의 웅장함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로 스케일이크다.
여기에 긴장감 있는 줄거리는 스펙터클과 잘 버무려져 긴 상영시간(123분)에도 관객들을 스크린 속에 가둬두는데 성공하고 있으며 배우들은 각자 맡은 영웅들의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살려놨다. 영화의 배경은 위, 촉, 오 3국이 대립하던 서기 208년의 중국. 대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위세를 떨치던 위나라의 조조는 100만 대군을 이끌고 촉나라 정벌에나선다. 조조에 쫓긴 유비, 관우, 장비와 제갈량(진청우)은 백성들을 이끌고 강남 지역 오나라에 피신해 장수 손권(장전)에게 함께 힘을 모을 것을 제안한다. 오나라 역시 조조에 위협을 느끼던 터이지만 군사력에서 워낙 밀리는 까닭에 촉과의 동맹에 망설인다. 제갈량은 손권을 움직이기 위해 손권의 책사(참모) 주유(량차오웨이)를 찾고 결국 주유를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연합군을 결성하긴 했지만 이들의 군사는 모두 합쳐 10만명 수준.
수적 열세에도 제갈량과 주유라는 영리한 책사를 가지고 있는 오와 촉의 동맹군은 적벽에서 조조의 대군과 맞선다. 영화는 소설과 달리 유비, 관우, 장비가 아닌 제갈량과 주유 중심으로 전개된다. 해전에서, 지상전에서 두 사람이 조조와 맞서 벌이는 머리 싸움이 영화의 골격이라면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이 골격에 튼실한 살로 붙여진다. 유비군의 젊은 장수 조자룡(후준)이나 손권의 동생으로 남자 못지 않은 기개를 지닌 손상향(자오웨이), 주유의 아내로 조조가 연모하는 소교(린즈링), 특유의 용맹스러움을 갖추고 있는 유비ㆍ관우ㆍ장비 등 주변 인물에 대해서 감독은 세심한 묘사로 각각의 영웅적 풍모를 잘 살려냈다. '영웅본색' 같은 액션 영화로 홍콩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와 서구권까지 열혈팬들을 끌어모았던 우위썬 감독 특유의 스타일은 '적벽대전'에도 그대로 묻어있다.
전투 장면의 카메라는 원경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다가도 창ㆍ칼을 휘두르며 피가튀는 전장에 깊숙이 들어가 감독 특유의 슬로우 모션으로 춤추는 듯한 액션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가장 '우위썬스러운' 것은 인물들의 비장함에 있다. '패배가 예정된 결말'이라는 홍콩 느와르의 비장미는 10만대 100만의 싸움이라는 이 이야기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니, 입에 성냥을 문 채 양팔에 장총을 들고 적진에 돌진하는 저우룬파(周潤發)의 모습과 적벽의 싸움은 겹쳐 보인다. 영화는 상ㆍ하 2편으로 나뉘어 개봉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상편은 본격적인 해상전이 시작되기 직전까지의 장면을 담고있으며, 하편은 12월에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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