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8 03:48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여성·생활
일반기사

[여성] 11년째 역사탐방하는 '국립전주박물관 여성박물관회'

"우리 역사 되돌아보면 삶의 길 새롭게 보이죠" 97년 박물관 강좌서 만나 의기투합

11년째 역사탐방을 계속해오고 있는 국립전주박물관 여성박물관회 회원들.오른쪽부터 임계강 부회장, 정송자 회장, 김춘자 사무처장, 오경안·조경옥·박선옥·원인옥 회원. (desk@jjan.kr)

"그렇게 다니고도 아직도 안 가본 데가 있느냐고들 해요. 어차피 똑같은 절이고 유적지 아니냐는 거죠. 그곳이 가르쳐주는 역사, 담겨 있는 삶을 몇 번의 방문으로 알 수 있을까요. 봐도 봐도 끝이 없어요."

 

벌써 11년 째다. 농익은 세월이다. 전국 곳곳에 널려있는 아름다운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이들이 있다.

 

'국립전주박물관 여성박물관회(회장 정송자).' 학연, 지연, 혈연 어느 것 하나로도 엮이는 관계는 아니었지만,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표현하고픈 열망 하나로 뭉쳤다.

 

▲ 우리 만남은 필연

 

이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 1997년 국립전주박물관 '박물관 유산 대학' 프로그램에서 처음 눈이 맞았다. 이전엔 접해보지 못한 박물관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 자리에서 소통의 물꼬를 트게 됐던 것.

 

하지만 겨우 1주일짜리 코스였던 터라 성에 차지 않았다. 바래지 않는 우리 1000년의 색에 맛들일 무렵이었기 때문. 그리하여 결국 이들은 업그레이드된 모임으로 뭉쳤다. '국립전주박물관 여성박물관회'가 바로 그것.

 

'여성박물관회'는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화가·수필가·서예가·웃음치료사 등 직업도 각양각색.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에 있어 막힘이 없다. 같은 공간을 가서 보고 듣더라도, 각자 삶의 깊이에 따라 폭과 넓이를 달리해 받아들이며, 자신의 삶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때문.

 

덕분에 도내 여성문화해설사를 가장 많이 배출하기도 했다.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자신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전달하고 사회에도 기여하고 싶은 욕구가 발현돼서다.

 

▲ 매월 둘째주 목요일 경기전 앞 '칼 출발'

 

"우리들을 '묻지마 관광' 여행객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처음엔 버스 기사 아저씨도 우리들이 타자마자 뽕짝을 틀어주셨죠. 그런데 반응이 '영∼' 아닌 거에요. 민망해지셨는지 '좋은 곡인디'하시며 끄시더라구요(하하하)"

 

11년 째 매월 둘째주 목요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늘 비워두는 시간이다.

 

회원들과 정기답사를 다녀오는 날이기 때문. 매월 답사에 나서는 이들은 30∼40명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7시 '땡'하면 '칼 출발' 한다. 사람들을 기다려주기 시작하면, 일정이 늦춰지는 것은 순식간. 답사를 제대로 하려면 시간만큼은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게 이들의 신조다.

 

영주 부석사, 해인사, 경남 산청 등 전국 방방 곡곡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다. 얼마 전 진시황제를 모셔둔 중국 장안성도 다녀왔고, 올 9월엔 개성도 방문할 예정이다.

 

게다가 한 번 답사 장소가 정해지면, 그 장소에 관한 모든 역사적 사료를 모으고 공부한다. A4용지 4∼5매 정도 분량의 레포트가 마련될 정도.

 

김춘자 사무처장은 "소록도 가기 전 이청준씨의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그곳의 처절한 아픔에 몇 번이나 눈물을 삼켰다"며 "아는 만큼 보이는 답사를 위해 열심히 준비한다"고 말했다.

 

▲ 책 「얼 멋 길을 찾아서」출간

 

이들은 또 얼마 전 두번째 책 「얼 멋 길을 찾아서」(신아출판사)를 출간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아무나 모르는 우리 문화유적지를 직접 발굴한 흔적을 글로 담아 엮은 것. 2003년에 책을 처음 출간한 이후 5년만이다.

 

기왓장 한장도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차분하게 응시한 이들의 담백하고 소박한 문화재 사랑 이야기다.

 

임계강 부회장은 "우리 주변 소중한 역사의 흔적들을 깊이 새겨야 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글을 쓰는 일 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 방치된 유물 유적들을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보호하는 일에도 앞장서야 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