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과 나무, 초원과 습지 한자리 생물종다양성 높아…생명의 땅, 사막화 모래바람에 몸살
전북환경연합이 7월3일~10일까지 몽골초원을 다녀왔다. 이번 체험단을 주관, 초원의 사막화가 심각해 우리나라에 황사 피해를 미치고 있는 중국 내몽골자치구 시린꺼러멍 차깐노르 호수를 비롯해 몽골초원을 답사하며 초원복원용 풀씨 날림 방지 작업과 유목문화를 체험한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정책실장(본지 NGO객원기자)의 답사기를 3회에 걸쳐 싣는다.
▲ 초원으로 가는 첫 관문, 만리장성
북경에서 시린꺼러 차깐노르까지는 600㎞ 꼬박 12시간을 달려야 하는 길이다. 옛 신작로처럼 정겨운 길에서 광활한 경작지를 만나며 흑벽돌로 지은 마을을 지나는 길은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긴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초원으로 가는 첫 관문인 만리장성은 군사적으로 중원과 변방을 가르는 선이자 유목문화와 농경문화의 경계다. 장성 너머는 초지가 잘 형성된 초원으로 유목민의 땅이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오면 유목민은 호시탐탐 만리장성을 넘었고, 한족은 공포에 떨어야했다. 지역을 안정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일찌감치 명나라 때 둔전(군인들이 일구는 밭)을 설치하였고 북방민족인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 때부터는 북방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특히 1958년 대약진 운동과 1966년 문화혁명으로 많은 한족이 이주하면서 인구가 늘고 대규모 개간 사업이 진행되었다. 가축 사육두수의 증가로 초원이 모래땅으로 변하는 사막화(황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역사적인 흐름으로 볼 때 한족으로 대표되는 농업문명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막화라는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면서 유목 문명의 충돌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하늘에서 떨어진 사막, 천막(天漠) 사막
북경에서 70km 떨어진 곳에 생겨난 하북성 천막 사막에 들렀다. 진짜 사막이 아니라 모래 폭풍이 만든 모래 언덕이다. 진입로와 주변은 황량해 보이기는 하나 밭도 있고 조림된 어린 포플러가 자라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진입로를 들어서자 30m 높이의 초승달 모양의 거대한 모래언덕이 사막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들게 했다. 안내문에는 "십수년 전 어느 날 갑자기 황색모래 수십만 톤이 쌓이기 시작했고 최근 모래폭풍이 심해져 면적이 2~30배 이상 확대되고 있다"고 적혀있다. 박상호 팀장(환경연합 사막화방지사업팀)은 " 내몽골이나 동부 사막화 지역에서 일어난 황사 바람에 실려 온 무거운 모래가 더 이상 날아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는 말을 덧붙인다.
▲ 북경의 황사피해와 사막화의 상징
고운 모래의 촉감을 느끼며 언덕에 오르니 뒤 쪽 사면에 인민해방군이 지난 해 설치한 사장(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설치한 장벽)이 보인다. 이곳을 관리하는 지아청리앙(73)씨는 "지난 8~9년 동안 비가 잘 내리지 않은데다가 모래 폭풍이 심해지면서 경작지가 줄어든 것은 물론 수확량도 크게 줄었다" 며 사막화의 피해를 호소했다. 그나마 요즘은 북쪽에서 모래폭풍이 덜 불어와서 면적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천막 사막은 북경을 위협하는 황사와 사막화의 심각성을 상징하는 곳이다. 중국정부는 1993년과 94년 내몽골에 불어 닥친 모래폭풍으로 150명이 사망 실종되고, 1998년 대홍수가 발생하면서 사막화의 위기를 절감했다. 1999년 주룽지 총리가 내몽골을 시찰하면서 경작지를 숲으로 되돌린다는 '퇴경환림환초(退耕換林換草)'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농민을 초원 밖으로 이주시킨다는 '생태이민' 정책을 강력 실시하게 된다. 다음해에 주 총리는 천막사막에서 녹색장벽을 세워 북경의 황사와 천막 사막의 생태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 후 이곳은 사막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황사에 대한 체험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민해방군이 만든 작은 사장을 제외하고는 사막화의 경각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관광객들을 호객하는 사륜모터싸이클과 말들만이 소란스러울 뿐이었다.
▲ 물이 풍부한 쿤산다크 사지
시린꺼러 초원에 들어서니 동서로 300km 남북으로 50∼100km에 걸쳐 있다는 쿤산다크 사지가 펼쳐진다. 보통 사막으로 알려져 있으나 비가 내리는 지역이어서 사지라 부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바람에 날린 흰모래 언덕이 황폐한 사막처럼 보이다가도 작은 구릉 사이의 키 작은 나무가 드믄 드문 서있고 모래를 움켜쥔 떨러스(식물)가 올록볼록 푸르게 솟은 모습은 아프리카 초원처럼 보인다. 낮은 지대에 야트막한 물웅덩이가 길게 습지를 형성한 곳은 갈대나 줄 등의 수생식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보는 위치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경관이 다르다. 운이 좋아 사막과 나무, 그리고 초원과 습지를 한꺼번에 보게 되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흰모래 언덕을 넘어가고 심은 충동이 인다. 쿤산다크의 사지가 더욱 아름답고 생물종다양성이 높은 이유는 풍부한 물 때문이다.
"사지 주변 초원의 토양은 화산암과 점토로 이루어져 비가 내려도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80%가 증발해버립니다. 하지만 사지는 모래의 입자가 굵어 모세관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빠르게 땅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쿤산다크에는 물이 풍부했습니다." 지질학적 근거를 드는 박팀장의 설명이다. 신두리 사구의 두웅습지처럼 땅속에 저장된 빗물이 저장되어 있다가 배후 습지를 형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의 목적지인 차깐노르 호수도 이곳에서 발원한 까오거스타이 강이 흘러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지형 때문에 샘을 배경으로 한 전설이 많다. 대륙을 정벌하기 위해 출정한 몽골군이 배탈이 나서 고생을 하고 있는데 홀연히 황금 말이 나타났고, 뒤를 따라가 보니 샘이 있어 그 물을 마시니 씻은 듯이 나았다는 이야기다. 그 뒤 징기스칸이 이 샘물을 '샹췐'이라 이름 지었고, 말이 지나왔던 지역을 '쿤산다크'라고 했다는 것이다. )
▲ 생물종다양성의 보고, 쿤산다크 사지
동식물의 분포도 다양하다는 것이 쩡바이위씨(63)의 설명이다. 강수량이 비교적 많은 동쪽은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사막 삼나무, 사막가문비, 백양나무 숲 등 있고 동남쪽은 느릅 나무가 작은 숲을 이룬다. 서부는 관목류인 붉은 버드나무가 자란다고 한다. 가장 서쪽은 사지 식생도 드문 황막 초원에 속한다.
야생동물도 쿤산다크 사지의 독특한 생태적 특징 때문에 다른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이 매우 많다고 한다. 황양, 노루, 스라소니, 여우, 모래여우, 이리, 오소리, 산토끼, 다람쥐, 도마뱀이 서식하고 있으며 습지 주변에는 기러기, 백조, 물오리, 큰 기러기, 왜가리,흑두루미, 물수리, 도요새, 몽고종다리, 능에, 메추라기, 까마귀 등이 산다. 초원과 사막 안의 식물은 더 많고 다양하다. 모래에서 사는 식물, 습지에서 사는 식물 그리고 약초로 쓰이는 식물들이 많다는 것이다. 북쪽 만뚜 지역에서는 약 598종의 식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차깐노르와 쿤산다크 사지를 알려온 비영리 민간 환경조직 '생태빈민구제전문위원회' 쩡바이위(63)비서장은 "예전에는 이곳의 면적이 2만1천㎢ 였는데 지금은 2만4천㎢나 되요. 그만큼 초원이 줄어들고 사지가 늘어난 것이지요. 또 사지가 사막으로 변하는 속도도 빨라졌어요." 라며 중국 4대 사지 중에서 원형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쿤산다크의 사막화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그는 "사지의 복원력이 좋아서 사장을 만들어 주면 일 년 정도면 사지의 상태가 양호해 질 수 있다" 고 강조했다.
▲ 하늘과 땅이 맞닿는 시린꺼러 초원과 차깐노르
버스는 사지를 지나 외길을 달려 홍껄에 도착했다. 우리는 지프로 갈아탔다. 초원을 가로지르는 길은 하늘에 닿아있었다. 보이는 반은 초원이고 반은 하늘이다. 초원엔 한 무리의 소떼와 양들이 해질녘의 석양을 배경으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몽골말들은 천천히 언덕을 넘어간다. 간혹 오토바이를 탄 목부도 구름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초원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시린꺼러멍의 초원은 내몽골자치구에서도 얼마 남지 않은 자연 상태의 초원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렇게 아름답고 광활하고 평화로운 초원 옆에 사막화의 위기가 덮치고 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멀리 비구름이 걷히면서 오로라처럼 황홀한 석양이 우리를 반기고 반짝이는 저녁별에 자리를 내줄 때쯤 우리는 드디어 차깐노르의 게르에 도착했다.
※ 사막(沙漠)과 사지(沙地), 사막화(沙漠化)
흔히 사막하면 모래사막을 떠올리나 사하라나 아라비아 사막 같은 모래사막은 전체 면적의 20%에 불과하다. 사막은 일반적으로 황무지이며 건조해서 식물이 자라기 힘든 지역을 말한다. 표면을 형성하는 물질에 따라 암석사막, 모래사막, 자갈사막으로 나눌 수 있으며 위치에 따라 한랭사막, 중위도 사막, 열대사막으로 구분한다. 전 육지의 1/10을 차지하는 사막은 숲이나 강처럼 지구의 대기 순환과 자연 조건을 유지하는 꼭 필요한 요소다. 사지는 풀이 자랄 수 있을 정도의 비가 내리는 모래땅을 말한다.
문제는 사막화다. "사막중국" 을 쓴 이강원 교수(전북대 지리교육과)는 "내몽골의 사막은 호수가 마르거나 이동해서 만들어진 알카리 사막과 무분별한 개간과 과다한 지하수 개발과 사육 두수 증가로 초원이 황폐해지고 유용한 토지가 퇴화되는 것이 원인이다" 며 중국에서는 이를 황막화로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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