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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화 위기, 몽골초원을 가다] ②'하얀 바다' 차깐노르

호수도 지쳐 떠나는 곳…풀씨 심기로 생명 꿈꾸다

차깐노르 동호 주변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소 떼. (desk@jjan.kr)

너무 지쳐 돌아올 길 아예/잃어버릴는지도 모르지/어떠랴, 누우면 하늘을 가득 메우고/ 내 온몸을 따뜻이 감싸주는 수많은 별이 있는데/(신경림-조랑말-몽골에서)

 

몽골초원의 첫날 밤, 초원에 누워 나는 보았다.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수많은 별을 아래로 고운 눈썹 같은 초승달이 초원 건너편으로 지는 것을,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초원의 낮은 길고 밤은 짧다. 4시30분이면 해가 뜬다. 밤사이 달뜬 마음은 선선한 아침 공기에 차분히 가라앉는다. 갑자기 들어 닥친 손님에 놀란 도마뱀들이 탐색전 하느라 여기저기서 날쌔게 움직인다. 멀리 언덕 위 아련히 서있는 게르가 이방인의 감성을 자극한다. 갯메꽃, 쇠똥구리, 야생파 , 전갈처럼 꼬리를 올린 메뚜기, 꼬리로 쇠파리를 쫒는 말들과, 풀을 뜯는 양떼들이 만드는 이른 아침 풍경은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 사막 남기고 사라진 서호

 

우리 게르는 어장 마을 너머 멀리 잔잔히 반짝이는 차깐노르 동호와 메말라버린 서호 사이 초지에 자릴 잡았다. 차깐노르는 몽골어로 하얀 바다라는 뜻이다. 알칼리성 물질이 마르면 하얗게 드러나기 때문일까? 아니면 강한 바람에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때문일까 궁금해진다. 30㎢ 남짓한 동호의 평균 수심은 1.5m, 예전보다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여름철이면 산동성에서 온 한족들이 대나무를 얼기설기 엮은 임시 거처를 짓고 나룻배와 어장을 설치해 물고기를 잡는다. 방목하는 가축 분뇨가 흘러들어서인지 부영양화가 심해해서인지 잡힌 물고기는 손바닥 만 한 붕어가 대부분이다.

 

알칼리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고목의 생존을 기원하며 환경운동연합 사막화방지팀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 (desk@jjan.kr)

반면 80㎢에 이르는 서호는 지난 2002년 완전히 말라서 알칼리 토양만 남았다. 호수의 수위가 급격하게 낮아지기 시작한 것은 90년대부터다. 연평균 강수량이 245㎜에 불과한 건조한 해가 계속되었고, 겨울철 평균 기온이 영하 40°에서 30°로 오르고, 평균 강수량에 12배나 높은 증발량(2900㎜)이 원인이었다. 서호가 거의 메말라가자 고기를 잡던 한족들과 주민들은 동호라도 살리자며 둑을 쌓았다. 서호가 완전하게 메말라버린 직접적인 이유다. 이 모든 일이 길게는 30년, 짧게는 10년 만에 벌어진 일이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1968년 문화혁명 때 이곳으로 하방해서 10년을 초원에서 보낸 인연으로 2000년부터 초원보전 운동을 펼치고 있는 쩡바이위씨(63)는 "동호로 흘러드는 까오거스타이강 수량이 줄면서 마르는 날도 부쩍 늘어 걱정이다" 고 한숨을 내쉰다.

 

알칼리 사막 한가운데 외롭게 우뚝 서 있는 고목을 가리키며 말했다.(사진1) " 1973년에 뱃놀이를 한 적이 있는데 물이 바로 이 나무 앞까지 차 있었어요. 물도 깊어서 배를 지탱하는 대나무가 바닥에 닿지 않았으니 적어도 7~9미터는 깊이는 되었을 거예요" 라며 자신의 젊은 시절과 아름다웠던 호수를 회상했다. 이 고목은 우리의 당산나무처럼 신령스럽게 여겨지는 듯 했다. 오방색천이 나뭇가지에 걸려있고 주변에 제물로 쓰였는지 양의 머리뼈가 모래에 덮여있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사귀가 떠올랐다. 우리는 멀리서 불어오는 알칼리 모래폭풍을 바라보며 부디 이 나무가 살아남기를 기도했다.

 

차깐노르 동호의 고기잡이 배들. (desk@jjan.kr)

 

▲ 이동하는 알칼리 호수가 사막화 원인

 

나는 부끄럽게도 모든 강은 바다로 흐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몽골을 비롯한 고원과 대평원의 강은 종점호라 불리는 호수로 흘렀다. 호수로 흐르는 강은 끊임없이 광물질이 있는 모래를 실어 날랐다. 밀려온 토사가 쌓이다 보니 호수는 또 다른 낮은 지역으로 이동한다. 차깐노르도 움직이고 변화하는 호수인 천이 호(遷移湖)다.

 

쩡바이위씨에 따르면, 차깐노르 호수도 약 100여 년 전엔 지금의 동북방향으로 약 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으며 '하이옌노르' 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이처럼 움직이는 호수는 대규모 면적의 알칼리 토양을 남겼다. 알카리 토양은 딱딱하게 굳고 소금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식물이 자라기 어렵다. 강한 바람에 먼저 미세한 알칼리 분진이 날려가고 다시 흙과 모래를 날려 주변을 사막화 시킨다. 토양의 유실이 인근 지역의 모래 언덕을 만들고, 또 이 모래를 고정시킬 식물이 자라지 못하니 눈과 비를 저장하지 못하고 바로 증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PM 25 크기의 알칼리 모래 분진은 아주 가벼워서 사람들의 생활과 건강, 목축업을 위협한다. 또한 북경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날아와 피해를 준다.

 

문제는 중국에 위와 같은 알칼리 호수가 800여개가 넘고 면적이 큰 호수들이 빠른 속도로 말라간다는 것이다. 쩡바웨이씨의 자료에 의하면 70㎢의 하북성 앙꼬리노르, 230㎢나 되는 내몽골 우라까이호와 습지가 말랐다. 또한 총면적이 4,242㎢로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소금호수인 '칭하이'는 30여 년 동안 수위가 3.7m 떨어지고 면적이 312㎢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 희망은 자연에서 온다.

 

차깐노르 주변의 초원도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멀리서 볼 때와 달리 풀이 작고 듬성듬성 하다. '어쩌면 풀이 저리 황량할까?' 크기는 수크령 만한데 거칠고 딱딱하면서 참 볼품없는 풀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풀씨심기를 통해 차깐노르 알칼리 사막을 초지로 만드는 사업을 펼치는 박상호 팀장(환경연합 사막화방지팀)에게 물으니 "이 풀은 가축들도 먹기가 사나워 다 굶어죽게 생겨야 뜯어 먹는다는 '떠러스' 인데, 모래를 고정시켜서 황막화를 막는 초원의 보물" 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것들이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염생 식물을 심어 사막화를 극복하는 방법도 다 자연의 복원력에 기댄 것이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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