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좋은 의미로 말했을 뿐이고, 친척들은 날 피할 뿐이고…."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이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는 설날. 좋은 뜻으로 말한 덕담이 오히려 '화기애매'한 분위기를 만들어 명절이면' 피하고 싶은 어른'으로 찍히는 분(?)들이 꼭 있다. 수습기자들이 발로 뛰며 듣기 싫은 덕담과 좋은 덕담을 들어보았다.
덕담할 때 참고하시라. 순식간에 인기 '짱'인 어른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런 덕담 듣고싶다- 상황과 처지를 공감하고 응원해주는 한마디! 평생 잊지 못합니다.
아버지가 각자의 상황에 필요한 글을 세뱃 돈 봉투 앞에 써주신다는 윤송이 (27·평화동)씨. 긴 말이 없어도 내 마음을 알아 주시는 것 같아 좋단다. 모아뒀다가 다시봐도 좋고. 올해는 어떤 말씀 써주실까 기대가 된다. 취업 준비에 한창이던때 '뜻을 품은 사람이 도중에 발을 돌리면 가지 않은 것만 못한다'는 글을 써주셨다. 용기가 필요했을때 큰 힘이 됐다.
전성학(35·송천동)씨는 오랫동안 다닌 건설사를 나와 사업을 준비할 때 맞이한 설날 "왜 그 좋은 직장을 그만뒀냐"며 수군거리는 친척들 사이에서 큰 아버지가 "너를 믿는다. 화이팅!" 이라고 덕담 해준일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지 4년만에 합격한 김형수씨(34·가명)는 친한 동생들이 "역시 형은 한방이 있다니까"라며 추켜세울 때에는 멋쩍지만, 흐뭇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작년에도 떨어졌으면 폐인이 됐을 거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간호사인 이현주씨(25·평화동)는 "돈 많이 벌고, 건강하라"는 말을 좋은 덕담으로 꼽았다.
경기가 어려워 다들 힘들때 간단한 말이지만 기쁨은 나누면 두배가 되고 어려움은 반이 되는 것 같단다.
항상 새 마음가짐으로 출발하고 싶은 새해, 마음이 담긴 말 한마디가 기분을 좋게 하는 데는 최고인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덕담 듣기 싫다- 줄줄줄 말하거나 침묵하기. 그것도 싫다면 삶의 진도 체크하기!
전북대 앞 대학로에서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는 이철민씨(33·가명)는 명절마다 친척들이 만나는 일이 불편하다. 이제는 고향에 내려가기 싫다고 말한다. 이씨는 "집안 어르신들이 앉혀 놓고 1시간동안 이야기를 한다. 덕담이 아니라 설교다"며 " 노점상을 운영하는 내가 창피한지 나이 먹고 뭐하냐? 아깝지도 않냐? 등의 말은 정말 듣기 싫다"고 말했다. 차라리 휴식을 취하는 재충전 시간으로 활용하는게 낫다는 이씨는 바쁘다는 핑계로 고향에 가지 안겠다고 선언했다.
박창우씨(37·동산동)는 대학 졸업 취직해야지, 취직했더니 바로 결혼해야지 또 결혼 얼마 얼마지나지 않아 아이는 안 가지냐고 묻는 어른들 덕담세례를 설날이 반갑지 않은 이유로 꼽았다. 마치 삶의 진도가 얼마쯤 되는지 학습진도를 체크받는 기분이 들어 짜증이 밀려온다. 어른들 마음이야 이해가 되지만 또래 사촌들과 비교하며 당연하게 묻는다. 명절 연휴가 빨리 지나가길 주문만 외우게 된다는 박씨는 "옆에서 말 안해도 내가 더 잘아니 그 질문들을 멈춰달라"고 푸념했다.
결혼한지 2년 차인 김미현(31·서신동)씨는 육아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남편과 2세 계획을 미뤘다.
명절 때마다 만나는 집안 어른들이 "아이는 결혼 하자마자 갖고 어서 키워야 한다"며 "아이는?"하고 묻는다. 형편때문에 아이를 갖는 것도 무리인데 재촉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부담스럽기도 하고 가끔은 명절이 싫다는 생각도 든다.
공식적인 취업준비만 2년째인 최덕화씨(28·금암동)는 "차라리 뭐라도 묻는게 낫다"며 "어학연수까지 다녀와 직장을 구하지 못한 나를 배려하느라 가족들이 괜찮다고만 말한다"고 했다. 친척들끼리 쉬쉬하며, 천천히 쉬면서 생각하라는 어른들의 말씀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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