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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전통시장 거듭나기 - 정대섭

정대섭(경제부장)

인심 넉넉했던 시장 풍경

 

전주천을 끼고 왁자하게 벌어지던 남부시장의 장날 풍경은 서민들의 삶이 모여들고 풀어지는 '곡절 많은' 마당이었다.

 

보따리가 있든, 빈 손이든간에 털털거리는 버스를 한두시간씩 타고 천변 정류장에 내리면 반갑고 그리운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임실서 빛깔나는 고추를 가져 온 처남과 완주 경천에서 대추를 짊어지고 걸어 온 외삼촌, 고운 모시옷을 차려입고 봉동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한량 김서방과 막걸리 한사발에 온갖 정을 담아 나누던 곳이 시장이었다.

 

장날을 기다려 새벽부터 마을의 소달구지를 얻어 타고 찾아오는 남부시장의 사람냄새는 걸쭉했다. 명절때나 만날 일가친척들의 대소사도 사발통문으로 퍼트릴 수 있어 좋았다.

 

70-80년대까지도 우리의 재래시장은 생필품의 공급처요, 여론의 광장이요,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의 마당'이었다.

 

재래시장을 살려야 하는 이유

 

서민들의 정보공유의 장이었던 재래시장은 산업화의 그늘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깨끗하고 편리한 대형 마트의 진입과 농촌의 피폐화가 재래시장의 설자리를 빼앗았던 것이다.

 

우리사회 양극화의 상징처럼 돼버린 재래시장은 지난 10년 새 전국적으로 3000개의 시장이 문을 닫았고, 이제 1700여개가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달리보면 재래시장의 몰락은 탈농촌화, 경제성장의 희생양이다.

 

일각에서는 재래시장 살리기가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 아니냐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국가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전력을 쏟아붓던 지난날의 몸부림이 재래시장의 피폐를 가져왔다는 점에서도 이제는 경쟁력있는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전북도와 전주시가 많은 예산투입은 물론, 방향성까지 잡아가고 있다. 여기에 일부 시민단체들도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를 기획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제 전통시장으로 새롭게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안착시키느냐에 신경을 써야 할 때이다.

 

도민들의 애정이 우선돼야

 

올들어 전북도와 전주시는 경쟁하듯이 재래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전북도는 도내 69개 시장과 700여개 기업체 및 기관·단체를 연결하는 1사(社) 1전통시장 자매결연을 맺고, 매월 1회 장보는 날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래의 고객인 초등생들의 현장학습까지 곁들인다.

 

전주시도 올해에만 347억원을 지원해 시장현대화를 앞당기고 시장의 특성에 따라 남부시장은 한옥마을과 연계한 문화관광형 특산품 시장, 중앙시장은 노천카페형 먹거리 시장, 모래내시장은 청정농산물 집적형 시장 등으로 조성한다.

 

올 봄 국내 선진시장과 일본의 재래시장을 다녀오면서 도내 재래시장들의 낙후가 확연히 보였다. 자치단체들의 지원도 중요하고 상인들의 거듭나고자하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장을 찾는 도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재래시장이 전통시장으로 이름까지 바꿔가며 다가서는 노력이 성공하려면 전통시장의 주체는 바로 도민이라는 의식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상인들도 도민들이 '이 더운데 왜 재래시장에 가야 되냐'고 묻는다면 '싸고 싱싱한 믿을 수 있는 지역산품을 찾아달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이나 국내 선진지들에서도 철저한 지역산품 판매와 공동구매 등을 통해 싸고 청정한 물건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정대섭(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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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섭 chungd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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