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12:38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방송·연예
일반기사

CinDi 심사위원 中 자장커 감독

"디지털 특성 잘 살린 영화에 좋은 점수"

중국 자장커(賈樟柯) 감독의 영화들은 사라져 가는 것들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게 한다.

 

데뷔작 '소무'(1998) 이후 '플랫폼', '임소요', '동', '스틸 라이프', '무용', 그리고 최신작 '24시티'까지 그는 사회의 변화에 휩쓸린 보통 사람들의 삶을 끈질기게 스크린에 담아왔다.

 

'시네마 디지털 서울(CinDi) 2008'의 심사위원으로 서울을 찾은 자장커 감독은 21일 압구정CGV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회의 빠른 변화로 사라져 가는 것들, 그로 인해 바뀐 사람들의 삶을 기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댐에 마을이 수몰되고, 공장이 철거되면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그 상황을 영화로 남기고 싶었어요. 영화에서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분명히 하지 않는 것은 관객에게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그 결말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 5월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작품으로 올 하반기 국내 개봉할 예정인 '24시티'는 중국 계획경제 체제 아래 세워졌던 쓰촨성 청두의 국영 공장 420에 관한 이야기다. 이 공장은 국가 정책이 바뀌면서 50년 만에 철거되고 새로운 고가 아파트 단지 24시티로 바뀐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겪은 사연은 절절하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바뀔 때 노동자들의 삶도 바뀌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고,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던 끝에 1958년에 건립돼 지난해 철거된 420 공장을 발견했습니다. 공장이 아파트로 바뀌는 과정이 아이러니해 택하게 됐죠."

 

'24시티'는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한 명씩 들려주면서 420 공장의 큰 그림을 그려 나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이지만 그 가운데 절반은 전문 배우들을 섭외해 진행한 가상 모놀로그다.

 

자장커 감독이 영화를 찍기 위해 공장 420에서 만난 사람은 130명이 넘었다. 머릿속에 수많은 사연들이 뒤섞였다. 게다가 일부는 카메라 앞에 나서기를 거절했다. 많은 이야기를 압축해 관객에게 들려줄 수 있는 길은 결국 픽션이었던 것.

 

자장커 감독은 사람들로부터 들은 사연들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만들었고 조안 천, 루리핑, 자오타오 등 전문 배우들을 기용해 자신의 실제 사연을 고백하듯이 카메라를 앞에 두고 긴 독백 장면을 하도록 연출했다.

 

"배우들은 처음에는 이런 형식으로 찍을 계획이라는 얘기에 출연을 거절했어요. 그들에게 공장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청했죠. 그랬더니 모두 하겠다고 나서더군요. 그렇게 해서 모두 모놀로그 장면을 한번에 끝냈어요. 아이를 잃은 사연의 주인공인 실제 여성은 촬영 현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배우의 연기에 박수까지 쳤죠."

 

자장커 감독의 전작들은 한국 평단과 영화계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또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의 지원을 받아 영화를 찍었고 사회비판적인 시각으로 인해 중국에서 개봉하지 못했거나 개봉에 오랜 세월이 걸린 작품들이 한국에서 먼저 개봉되기도 했다.

 

"개봉도 꾸준히 되고 있고 한국 영화제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한국 관객과 전문가들이 제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죠. 그래서 더 친밀감을 느끼고 좋아해 주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제 영화가 계속 개봉되고 있는 점이 대단히 기쁩니다."

 

그는 20일 개막한 CinDi 2008에는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찾아왔고 영화에 대한 강연도 할 계획이다.

 

"경쟁작을 아직 몇 편 보지 못했지만 경쟁부문에 진출한 감독들이 젊은 사람들이라 활력 있는 작품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새로운 발견을 한 작품인지를 살펴보고 디지털 영화제의 특성을 얼마나 잘 살렸는지 따져볼 생각입니다."

 

자장커 감독의 차기작은 놀랍게도 시대극이다. 전쟁 사극 일색의 중국 주류 영화계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그는 이번에 청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사극을 찍는다는 것.

 

"물론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적벽대전' 같지는 않을 겁니다.(웃음) 저는 10년간 중국의 현대 사회에 관한 영화를 찍어왔어요. 중국의 현재가 왜 이런 모습인지 이유는 중국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청나라 시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죠. 그 역사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