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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아름다운 귀향 - 김원용

김원용(정치부장)

'노무현은, 1946년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 10리쯤 떨어진 봉하마을에서 농부의 아들인 3남2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 가난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공부도 잘하는 편이었고 성격도 명랑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장학금을 받기 위해 부산상고에 진학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에 나오는 개인 노무현의 어린시절 히스토리의 일부다. 이미 물러난 전임 대통령의 식상할 수 있는, 다 아는 이야기를 다시 꺼내든 것은 노 전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중 서울을 벗어난 분들이 없거니와, 지역구 국회의원 마저 현직을 떠나면 고향을 등지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노 전 대통령의 귀향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의 귀향을 또다른 정치적 행보라고 색안경으로 볼 수도 있다. 국가 원수를 지낸 분의 시골살이에 아무래도 언론과 여론의 시선이 쏠릴 것이며, 계속 주목을 받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뜻과 상관없이 설령 그런 정치적 의도로 곡해되더라도 전임 대통령의 귀향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퇴임 후 생활을 소개하고 있는 '사람사는 세상'을 보면 점퍼 차림에 밀짚모자를 쓰고 마을 뒷산에 차밭을 일구며 주민들과 어울려 마을청소를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농촌 주민이다. 그가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왔을 때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고향을 위해 얼마만큼 도움을 주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평범한(?) 주민으로 돌아온 후 그의 고향은 많이 바뀌었다. 특히 고향으로 돌아온 지 6개월간 그가 사는 봉하마을에 60만명 이상 관광객이 찾았다. 평일에 2천명, 주말에 3천명이 다녀갔단다. 노 전 대통령 한 사람의 귀향이 한 달 10만명 꼴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지역특산물(장군차)를 자랑하며 은연중 지역 홍보대사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귀향과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이춘희 군산·새만금경제자유구역청장의 귀향도 신선하다. 고창 해리에서 1학급 밖에 없는 초등학교를 다닌 소년 이춘희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오면 곧장 책보를 던지고 소꼴을 먹이는 게 일과였다. 성적도 10등을 넘나들었고, 시골 중학교도 못갈 상황에서 고모님의 배려로 광주로 유학할 수 있었다고 주변에서 전한다.

 

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고향이라면 어려웠던 어린시절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이 청장이 고향을 선택한 것은 "은퇴하기전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어서였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 청장의 귀향이 신선하다고 한 것은 6개월 전까지 중앙부처(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낸 분이 1급 지방직 공무원 자리로 옮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아 온 것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질 수 있지만, 그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을 맡은 지 얼마 안된 상태였다. 연봉으로만 보더라도 전직이 3억원 수준인는 반면, 경자청장의 연봉은 1억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전북도는 건교부에서 잔뼈가 굵고, 행복도시추진단장의 경험이 있는 그가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절실히 필요했고, 그는 그 필요에 흔쾌히 응했다. 오늘 개청하는 군산·경제자유구역청이 이춘희가 있어 행복하고 큰 발전으로 연결됐으면 바람이다.

 

/김원용(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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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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