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람들 도운 뒤 칭찬 받으면 기분 최고예요"
고만고만한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시내버스 뒷자리를 몽땅 차지하고 앉았다. 끼리끼리 얘기를 주고받다가, 한 아이가 버스 기사에게 다가가 "아저씨, 시내에 가려면 어디서 내려요?" 하고 묻는다.
뒤에 앉은 아이들도 버스기사 대답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를 쫑긋 세운다.
버스기사가 아이들의 표정을 백미러로 슬쩍 살피더니만 웃는 얼굴로 "얘들아, 여기서 내려라~" 하면서 친절하게 일러준다. 아이는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전주 호성동 북초등학교 4학년생들이다. 중학생 정도로 보일만큼 키가 큰 아이도 있다.
친구들끼리는 처음 시내버스를 타본다는 아이들은 마치 어른이 된 기분 마냥 들떠 있었다.
똑같은 티셔츠를 사 입기 위해 시내로 나가는 길이다. 그동안 부모들이 어디를 가든 원하는 곳까지 승용차로 태워다 주었기 때문에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없었다. 때문에 아이들은 초행길에 길을 헤맬까봐 목적지까지 버스 노선을 꼼꼼히 챙겼다.
"우리는 한 팀이에요. 제가 다른 모임에서 '왕따' 당했을 때 이 친구가 저를 받아줬어요."
최다은양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저도 다른 팀에서 버림받았는데 얘가 다시 이 팀에 따뜻하게 받아줬어요"
이번엔 송영주양이 말했다.
두 아이가 '이 친구' 나 "얘' 라고 지목한 아이는 이은채양. 이 봉사단체의 리더다.
"우리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봉사단체예요. 주로 힘없는 어른들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곁에서 부축해 줘요."
"우리는 이렇게 같이 다니면서 학교나 길에 떨어진 쓰레기도 줍고, 길 잃은 어린이도 파출소에 데려다 주어 부모님을 찾아줬어요."
김효인양과 오승명양이 옆에서 즐겁게 거든다. 게다가 이들은 다른 친구들을 비방하지 않는다.
예전 모임에서 눈앞에 없는 친구들을 욕하고 곤경에 빠뜨리는 게 정말 싫었다는 것.
이들이 바로 예전 모임에서 따돌림과 버림을 당한 이유란다.
이은채양은 경찰청장이 되는 게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학생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찾아보았고,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좋은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어린이들의 꿈도 다양하다. 최다은양은 정형외과 교수, 김효인양은 연기자, 송영주양은 피아니스트, 오승명양은 간호사가 돼 아픈 사람들을 따뜻하게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주면 "너희들은 커서 참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하며 어른들이 칭찬할 때 기분이 아주 좋다고 입을 모았다.
덧붙여 아이들은 "오늘 저희 반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가셨어요. 1학기 동안 저희들을 가르치느라 머리가 많이 빠지셨어요. 그런데도 우리는 선생님께 늘 원형탈모증이라고 놀렸어요. 그게 제일 죄송해요. 선생님이 어디서나 항상 건강하게 잘 지내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남겼다.
아이들이 봉사활동에서 입을 흰 티셔츠를 사기 위해 북적거리는 도심 속으로 들어간다. 멀어져가는 이들의 뒷모습이 가을하늘만큼이나 높고 맑아보였다.
/박예분(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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