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섭(경제부장)
#올 하반기들어 증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7월초 급락했던 시장이 안정기미를 보이더니 9월 위기설로 또 한풀 꺾이고, 무사히 넘어가는 가 싶더니 곧바로 미국발 악재에 숨죽이는 모습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면 증시가 호전되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개미군단의 일원으로서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어쨌든 바람잘 날 없는 증권가에 오랜만에 전북은행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북은행 태동기부터 최대주주로 군림해 온 삼양사가 지분유지에 급급한 가운데 인수합병의 첨병역할을 하는 사모펀드들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북은행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들은 금융권 재편과 맞물려 이미 증권가에서 인수합병의 가장 좋은 '먹잇감'으로 도마에 오른 상태.
전북은행의 경우 지난해 최대주주측으로부터 매각설이 나돈 전력도 있고, 지분매수에 필요한 금액도 부담스럽지 않아 비교적 순조롭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인수합병설의 꼭지점에서 설들을 무성하게 양산하고 있다.
#전북은행 최대주주에 변화가 온 것은 8월 초. 11.34%의 지분으로 삼양사가 1대주주였으나 이달 7일 KTB2007사모투자전문회사가 11.92%의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당시 지분매입 목적은 사모간접투자기구에 의한 취득이라면서 경영권 참여목적없이 투자목적으로 지분을 매수했다는 설명이 있었다.
그러나 삼양사는 곧바로 지분매수에 들어가 9월 10일까지 12.34%까지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의 자리를 탈환했다.
은행 관계자는 "삼양사와의 교감을 통해 지역은행이라는 이미지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사측도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있었으나 지금은 매각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같은 지분경쟁에 3대 주주인 한국종합캐피탈도 한국상호저축은행, 진흥상호저축은행, 영남상호저축은행과 함께 지분매수에 착수, 11.14%까지 확보했다.
정리하면 1대 주주가 12.34%, 2대 주주가 11.92%, 3대 주주가 11.14%이다. 1대 주주는 전통적인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 2대와 3대는 공격적 지분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권의 재편구도와 함께 자연스레 인수합병설이 나도는 이유이다.
#그러나 상당히 구체적이고 심도있게 나도는 인수합병설에도 불구하고 전북은행측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삼양사와의 교감을 통하고, 은행간부들의 비공식적 멘트를 통해 '쉽게 될 일은 아니다' '인수합병시 지역은행이라는 이미지가 퇴색해 도움될 것이 없다'는 등 인수합병의 비합리성을 토로하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은행측이 어떤 입장과 전망을 하고 있는 지, 지역민들이 궁금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비공식적으로 흘러 나오는 얘기들도 모호한 것들 뿐이다.
최대주주가 몇달새 몇번씩 바뀌는 가운데서도 애매한 침묵으로 일관하는 자세가 현재 전북은행의 모습이다. 최근들어 지역은행들이 지역 밀착경영 강화에 힘쓰고 있는 것과도 대조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 파다하게 나도는 설들에 대해 지역민들에 제대로 알리지 못하면서 '지역은행'이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는가.
지역민과의 유대감을 가장 큰 모토로 생각하는 기업이미지를 볼 때, 좀 더 가까이서 지역민과 소통하고 친밀함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정대섭(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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