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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17)전주시립극단 상임연출 조민철씨

"배우마다 고유한 색깔 함께 빛 발하도록 돕죠"

전주시립극단 상임연출을 맡고있는 연극인 조민철씨가 전주덕진예술회관에 있는 사무실에서 대본을 검토하고 있다. 최선범(desk@jjan.kr)

한 번 작업이 시작되면 생각의 꼬리를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크건 작건, 공연을 목전에 두고 있을 때면 압박감이 심하다. 망할 놈의 직업.

 

전주덕진예술회관에 있는 전주시립극단 연습실은 단원들과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그에게 있어 제일 큰 방이다. 시립극단 상임연출을 맡고있는 연극인 조민철씨(46). 4개의 시립예술단 중 단원 출신이 상임지휘자나 상임연출이 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모처럼 무대에 서면 숨이 쉬어집니다. 연출은 쌓아가는 것. 그동안 쌓였던 것을 덜어내는 건 무대인 것 같아요."

 

전북 연극의 개척자 박동화 선생을 그린 '가인 박동화'(2006)와 '독백'(2007)에서 그는 박동화 선생을 연기했다. 올 6월에는 박동화 선생의 대표작 '나룻터'에서 한 평생 나룻터를 지켜온 '아버지'를 연기했다. 중학교 시절 셋째 누나를 따라가 본 창작극회 공연에서 커튼콜을 위해 지팡이에 의지해 어렵게 걸음을 옮기던 노신사가 인상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가 바로 박동화 선생이었다.

 

전북대 독어독문학과 재학 시절 추억이나 경험쯤으로 생각했던 연극이 엮이고 엮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우연찮은 기회에 만난 연극을 지금까지 하면서, 이제서야 비로소 천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우리 극단 작품을 보면 개인 장기자랑같다는 말도 나왔었어요. 개성들이 강하다 보니까 생기는 일이죠. 배우마다 고유한 색깔 자체를 아예 없앨 수는 없고, 그 짧은 동안에도 본인을 드러내고자 하는 배우들을 한 호흡으로 엮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한 때는 '조민철을 거쳐가지 않은 여배우가 없을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작 배우'였다. 배우 심정을 잘 아는 연출가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 올린 '우리마을 다산리'를 준비하면서는 "이번 작품에는 왜이렇게 말이 많냐"는 타박을 들었다. 연극을 해 온 시간이나 환경이 각기 다른 단원들. 다른 작업 속에서라면 주역을 맡고도 남을 만큼 실력있는 배우들에게 이번 작품에서는 모처럼 군중씬의 재미를 맛보게 하고 싶었다.

 

노조와 관련해 내부 갈등이 다 치유되지 않았던 2004년에 취임한 그에게는 작품 안에서든 밖에서든 단원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일이 중요했다.

 

봄에는 세익스피어 고전, 가을에는 창작작품을 올리는 것도 상임연출이 되고 마음 먹고 시작한 일이었다. 짧은 호흡에 재기발랄한 몇 문장으로 승부를 보는 현대극에 익숙한 배우들에게 전달력이나 문장 해석능력 등을 훈련시키고 싶었다. 배우들이 직접 연출하는 소극장 공연도 그의 고집이었다.

 

다음 작품은 12월 5일과 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러브 앤드 게이드(LOVE & GATE)'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전주 역사를 아우르는 이 작품은 극단을 비롯해 교향악단, 국악단, 합창단 등 시립예술단이 처음으로 공동작품을 올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조씨는 "원래 연합 공연이란 게 잘 해봐야 본전이다"면서도 "최소 본전은 해야겠다"고 말했다.

 

"오늘날 연극의 효용이 뭐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합니다. 거금을 쏟아부어 완벽하게 편집된 영화가 있는데…. 연극은 시공간에도, 표현에도 제약이 있잖아요. 단지 하나, 현장예술이라는 거죠."

 

국제영화제는 있어도 국제연극제는 없는 도시. 조씨는 "연극이 영화의 모태가 됐다"며 "전주시가 지향하고 있는 영상도시 정책이 지역 연극, 지역 연극인들과 함께 상생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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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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