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애경·오은미·박연희·김은희씨 4인조 구성..농촌현실 꼬집는 창작곡으로 농민 애환 달래
뙤약볕 아니면 맵찬 바람 속에서 노래를 불렀다. 정말 뜨거웠다. 소 값 폭락에 쌀농사 생산비도 보전이 안 되는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허기진 마음을 노래로 달랜 이들이다.
전북여성농민노래단 '청보리사랑'. 전북여성농민연합회 소속 억척스런 아줌마, 윤애경(41) 오은미(44) 박연희(43) 김은희(40)씨가 그 주인공이다.
새벽 4시부터 기상해 짜디짠 소금땀을 흘리며 농삿일과 집안일을 다 거들어야만 하는 바쁜 아낙네들이다. 하지만 '쌀 직불금 파동'까지 겹쳐 팍팍한 가슴을 달랠 길이 없다.
"정말 분노할 일입니다. 눈 먼 돈이 된 거니까요. 경작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 아니었습니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힘이 빠집니다."
윤애경 단장은 각종 대책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피부로 와닿지 않는 정책들만 쏟아내는 정부에 대한 속상함과 화를 털어놨다.
정작 농민들이 살아나갈 숨구멍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답답함이다.
이들은 도시에서 번듯한 대학 나와 가족들 반대 무릅쓰고 '님따라' 농촌으로 왔다.
운동권 출신이었던 윤씨는 현재의 남편인 이완준씨를 만나 농사를 짓게 됐다. 임실 순창 구림을 배경으로 한 윤정모씨의 소설 「들」 에 나오는 연애담의 주인공이 바로 그다.
박연희씨도 마찬가지. 서울 토박이로 살다가 농과대학에서 정읍으로 농활을 가게 돼 현재의 남편을 만났다. 박씨 부모도 처음엔 반대가 심했지만, 이젠 서로 감싸안는 존재가 됐다. 농사를 지어본 부모였기에 자식의 어려움도,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도 알기 때문.
이렇듯 이들의 노래는 바로 자신들의 관한 이야기다. 논두렁 밭두렁 앉아 허심탄회하게 서로 주고받은 이야기들이 노래로 풀어진 것. 세상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일구는 질박한 웃음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땀흘려 일한 자들의 자신감이다.
창단 멤버는 좀 달라졌지만, 이전엔 앨범도 냈었다. 1996년 박찬숙씨의 창작곡 5곡을 담은 '청보리 사랑' 1집은 보름만에 2000장이 팔릴 정도로 인기였다. 2, 3집까지 시도했지만, 인기는 '반짝'했다.
'말이 좋아 자유무역 알고 보면 깡통 경제, 미국놈들 도와주려고' ('잘가라 FTA')
'개값도 안 되는 게 소 값이라니 나 참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와 ' ('농보가 기가 막혀')
'농촌에 시집간다 말리시던 울 엄마 오랜만에 달려온 딸 맨발로 반기네 뱃속아가 건강하냐 시집살이 편하냐 물어보다 목이 메이시네(…)' ('친정엄마')
한창 인기였던 '흥보가 기가 막혀'의 제목만 패러디해 '농보가 기가 막혀'로 각색해 부르기도 했고, 가족들 반대에도 덜컥 시집와서 속앓이 할 때 엄마가 생각난 곡도 있다. 그렇게 부른 노래는 세대를 아울러 모두 좋아했다. 세련되서도 아니고, 잘 불러서도 아니었다. 노래에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배여 있기 때문이다.
"뽕짝은 들으면 그 순간은 즐겁죠. 하지만 그것이 피부에 와닿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잊혀집니다. 대신 저희들은 땅에 기대어 정직하게 일구는 삶을 노래합니다. 울고 웃었던 순간들을 담습니다. 농민들에게 촛불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서요."
이들이 바라는 것은 농촌에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해주는 일이다. 농촌 자체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을 없애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다.
박씨는"농민들이 적자를 피할 수 있도록 직불금을 소득 수준으로 보장해 마음놓고 농촌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왔으면 좋겠다"며 "이들의 희망이 스러지지 않게 전국 어디든 달려가 적극적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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