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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업계 "환율 오를때마다 가슴 철렁"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사들 '울상'..해외 합작 프로젝트 일정 연기 잇따라

치솟는 환율의 여파가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영화 산업에까지 불똥으로 튀고 있다.

 

수입 영화의 잔금을 지급해야 하는 외화 수입사들이나 외국과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거나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계획하고 있는 제작사들이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영화 수입과 제작, 배급까지 겸하는 A사는 10월 말 개봉할 계획이던 중급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수입 영화는 통상 수입사가 계약 당시 15~20%를 판매회사에 선불로 지급하고 영화의 자국 내 개봉 직전 나머지 금액을 완불해야 선전제작물이나 프린트를 받는 방식으로 개봉된다.

 

이 영화의 경우 수입가는 60만 달러였다. 1달러가 900원대일 때 수입 계약을 한 A사는 선금으로 지급한 10만 달러 외에 50만 달러의 잔금을 치러야 영화를 개봉할 수 있는데 환율 상승이 4억5천만원 가량이던 잔금을 7억원(달러당 1천400원 기준) 수준으로 불려 놨다.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는 수입 가격이 높은 대형 영화일수록 크다.

 

마스엔터테인먼트가 내년 5월 개봉할 예정인 대작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4'의 경우 수입가는 500만 달러나 된다.

 

수입가의 일부를 선불로 지불했지만 지금 같은 고환율이 그때까지 지속된다면 계획보다 10억원 이상은 더 지불해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영화사 스튜디오2.0의 경우 일본 로케이션으로 제작될 영화 '사라쿠'를 내년 초 크랭크인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당분간 보류' 상태가 됐다.

 

대부분 일본에서 촬영될 이 영화의 원래 제작비는 60억원 가량. 환율 상승으로 제작비가 90억원 이상으로 뛰자 스튜디오2.0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본 투자자를 확보한 뒤 촬영을 하기로 계획을 바꿨고 그 대신 국내에서 촬영되는 다른 영화를 앞당겨 제작하기로 했다.

 

국내 최초의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인 '해운대'는 고심 끝에 계획대로 이달 중순 미국 로케이션에 나서기로 한 경우다.

 

50억원 가량으로 잡았던 미국 경비는 적어도 수억원은 뛰겠지만 연말이면 휴업상태에 들어가는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상 그 전에 작업을 마무리지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일정을 바꾸기 어려웠던 것이다.

 

제작사 두사부필름 관계자는 "재난영화인 만큼 미국 폴리곤 엔터테인먼트의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꼭 필요했다. 영화의 퀄리티에는 대형 수조가 있는 미국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는 게 최선인 만큼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로 인한 이런 고충은 환율이 내리지 않는 한 앞으로 한층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프랑스 칸마켓에서 한국 수입사들이 경쟁적으로 사들였던 외화들이 이제 하나 둘 개봉할 시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영화 수입사 관계자는 "올해 초와 작년 수입영화 몇편이 '대박'을 터트리자 한동안 해외 영화제 마켓에서 한국 수입사들 사이에서 좋은 영화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됐다"며 "수입사 입장에서는 언제까지나 영화를 묵혀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해를 감수하고 개봉을 강행할 수도 없는 일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환율이 오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되도록 환율 관련 뉴스는 보지 않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AFM(미국영화마케팅협회 영화마켓)에 참가하는 한국 수입사들은 한결같이 '이번에는 절대 영화를 사지는 않을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비행기를 타더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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