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모(기획취재부장)
결혼 이주여성 20만, 외국인 근로자 40만, 각종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략 1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제 결혼 이민자와 이주 노동자의 국내 유입은 되될릴 수 없는 지구촌의 대세이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이미 전체 인구의 2% 안팎 수준을 점유하면서 그들과 어우러진 또 다른 세상이 만들어 지고 있다. 이른바 글로벌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에서 가장 글로벌화 되고, 세계화 된 곳은 농촌지역이다. 농촌의 골목길에선 동남아 계열의 거무스름한 피부, 서양 계열의 파란빛이 감도는 눈을 가진 어린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도내도 마찬가지다. 농촌지역 자치단체마다 200-300에 이르는 세대가 이른바 이주여성을 며느리로 맞은 다문화 가정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의식에 한발짝 접근하면 이들에게 엉뚱한 색안경을 들이대는 우리 사회의 폐쇄성과 부닥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몰려든 시기는 1980년대 중반께이다. 이 시점부터 우리는 값싼 노동을 대외로 수출하던 국가에서 오히려 노임이 저렴한 외국 노동력을 국내로 수입하는 국가로 반전했다.
하지만 이들은 오랫동안 노동자로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20년이 지난 2004년에야 고용허가제가 만들어지면서 겨우 '근로자'라는 이름이라도 붙일 수 있었다.
이른바 '코리안 드림'을 안고 찾은 이들에게서 노동력을 착취했고, 더 나아가 학대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보도되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땅을 밟은 우리 동포들이 박대를 받는다는 소식엔 분개한다. 극단적인 이중적 심리이다.
농촌을 중심으로 낯선 이국에서 가정을 꾸리는 결혼 이주여성들에 대한 우리들의 대접은 어떤가. '돈에 팔려온 신부'란 멸시적 의식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외국인 여성 중 극진한 대접을 받는 사람들은 모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미녀들뿐이다. 이들은 외국인이기 이전에 미녀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듯하다.
우리네 사회는 아직 이들과 살갑게 살아갈 만큼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 우리는 오랫동안 '5000년 단일민족'을 되뇌며 순혈주의에 빠져 살아오지 않았을까.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정체성인 단일 민족주의와 순혈주의가 우리를 장벽 안에 가둔 채 우물안 개구리로 만들고 있다.
그렇게 외쳤던 순혈주의도 사실 숱한 이견과 부닥친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의 성씨의 절반 정도가 귀화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다. 역사적으로도 순혈주의의 허구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중국 대륙과의 끊이지 않는 분쟁과 전쟁, 100년에 이르는 몽골 지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근대에 들어선 일제시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살던 우리의 조상들은 생물학적인 교잡 환경에 적잖게 노출되었다.
다민족 다문화 시대에 걸맞은 글로벌 코리아를 진정으로 지향하길 원한다면 우리네 바닥에 두껍게 쌓인 비뚤어진 순혈주의부터 말끔히 청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농촌지역 골목 골목을 누비는 다민족 코리언들이 제2, 제3의 오바마의 꿈을 간직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 수 있을 때 우리도 국제사회에서 떳떳하게 글로벌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순혈주의와 단일민족이란 주제로 엮어진 대한민국의 베스트셀러 '판타지 소설'은 이제 폐기처분할 시점이다. 그릇된 환상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를 편협이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 뿐이다.
/김경모(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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