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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패 '갠지겡' 호남좌도굿 생명력 잇기 다짐

전주 한옥마을서 20주년 행사

지난 12일 전주 다문 미당에서 열린 풍물패 '갠지겡' 20주년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흥겹게 즐기고 있다. 이강민(lgm19740@jjan.kr)

"술 많고, 얘기 많고, 나이 많은 만큼 재수가 다갈다갈하게 굿을 한번 쳐 보드라고."

 

12일 오후 6시 전주 한옥마을 내 다문 마당의 어둠을 가로질러 요란한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신명에 풀어내려 서리치는 장구 소리, 젓가락 장단의 꽹과리 소리, 둔탁하지만 흥을 돋우는 소고 소리, 전체 박자를 조절하는 징소리 등 온갖 불협화음들이 그 자체로 묘한 화음이 되어 시끌벅쩍 들끓게 했다. 개들도 짖어대는 탓에 주변 민원이 끊이질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쏘냐.

 

아예 골목길로 나가 제철 만난듯 굿을 쳐댔다. 굿은 대보름 하얀 달이 이지러질 때까지 계속됐다.

 

풍물패 갠지겡. 15년 전 기약없이 뭉쳤다가 또 기약없이 헤어지면서 던진 말.

 

"누군가 회갑을 맞이할 때가 오면 그때 함 뭉치기로 하세"

 

서양화가 유휴열씨가 회갑을 맞고, 몇몇 단원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 연배를 맞았다.

 

20주년을 맞은 '갠지겡'생일잔칫상에 푸진 것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굿은 '보름굿'이 단연 최고. 매년 다가산 밑자락에 모닥불을 피우고 막거리를 한 사발 들이키며'끼' 많은 이들이 뭉쳐 판을 벌였으니, 이들을 보러 꽤 많은 이들이 달마실을 나왔다.

 

임실필봉농악에 빠져 임실 덕치면 보건지소장을 자처한 안병탁씨와 당시 임실군청 공무원이었던 이정수씨, 전북민주화운동사무국에 몸 담았던 박남준 시인, 소천운씨가 술만 주구장창 먹다 꾸렸다. 순수농악 동호인들이 신명난 판을 벌이고 싶었던 것. 호남 좌도굿에 바탕을 둔 굿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싶었다.

 

이동엽 전 한옥생활체험관 대표, 양진성 임실필봉농악보존회장, 오광해 임택준 화백, 박시도 전주전통술박물관 관장, 이종진 민예총 사무국장 등 현재 도내 문화판에서 애정을 갖고 일했던 이들은 대개 이곳을 거쳤다. 형편이 되는 이들을 중심으로 돈을 갹출해 녹두골(전주역 근처), 경원동 사거리 천일슈퍼 지하에 연습실을 따로 얻어 환갑집, 개업식장 등 울림을 원하는 어느 곳이나 찾아가 판을 벌였다.

 

"풍물은 푸진 것을 나누는데 있습니다. 돈이 푸진 것이 아니라, 사람이 푸지게 모여야 하고, 말이 푸져야 하고, 악(樂)이 푸져야 하고, 술도 푸져야죠.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의 푸진 삶과 마음이 나눠지는 판을 통해 우리 생활 속의 혼을, 그 생명력이 담긴 가락을 이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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