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영상도시 전주' 기대반 우려반
올 한 해 전주영화종합촬영소가 정식개관되고 영화·영상 관련 지원사업들이 수정·보완되면서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영화·영상도시로서의 환경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또한 내년 10회를 앞두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새롭게 조직력을 다진 전북독립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영화도시의 미래를 밝게했다. 그러나 영화·영상·미디어와 관련, 수많은 단체들과 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역할 분담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올 한 해 영화·영상 분야를 정리하는 집담회에는 영화평론가 전찬일 숙명여대 겸임교수, 이영호 전북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장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김건 건시네마 대표,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인 신귀백 본보 문화전문객원기자가 참여했다.
▲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영화·영상도시 건설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 방향이 각기 다른 것 같다. 도는 HD영화제작 지원사업 등 전북의 브랜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영화·영상산업을 5대 신핵심동력사업으로 선정한 전주시는 하드웨어를 갖추는 쪽인 것 같다. '영화·영상도시 전주'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김건=전북도는 HD영화제작 지원사업을 통해 24편 정도를 제작했다. 히트작은 못냈다 하더라도 한승룡 감독의 '오프로드'가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올려진 만큼 일정부분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또한 전국에서 개봉된 영화도 있었다. 전주시가 지난 4월 공식개관한 전주영화종합촬영소는 현재 내년까지 스케줄이 밀렸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영호=영화·영상을 산업화하려면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관련 대학의 교수와 학생이 적고 교육도 허약한 현재 상황에서는 약한 쪽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김건=맞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 도가 HD영화제작 지원사업 예산을 대폭 축소하고, 인턴십 제도와 함께 영화 제작 인력 공급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조금 아쉽다. 균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찬일=자치단체에서 큰 로드맵을 그리지 않은 채 사업을 펼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영화·영상에 투자하고 있는 다른 자치단체와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 있느냐, 사업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 서울과 지방의 역할 분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내년 봄 구 완산보건소 자리에 시네컴플렉스가 들어선다. 그러나 영화 후반작업이나 디지털 사운드 마스터링 사업을 위한 시네컴플렉스 보다는 영상휴식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시네마테크가 들어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화 후반작업이나 디지털 사운드 마스터링 사업이 지역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건=영화 제작자 입장에서 원스톱서비스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전주시민으로서 효율성 있는 사업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디지털 사운드 마스터링 사업까지 꺼내드는 것은 전주가 가져가야 할 체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전찬일=전주가 잘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이다. 로케이션 지원사업은 지속적으로 수요가 생길 것 같지만, 무리하게 욕심 부려 규모에 맞지 않은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
-이영호=영화 후반작업과 디지털 사운드 마스터링 사업은 전문 인력이 없어 서울에서 오퍼레이터들이 내려와야 한다. 자본도 현재로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건=시네마테크가 제대로만 추진됐다면 시민들이 영화를 즐기고 영화 보는 안목을 높일 수 있는 소통 공간을 구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방문객 비율을 보면 외부인과 전주시민이 7대3 정도다. 전주영화제 작품이 생경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영화 보는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서 시네마테크 무산은 안타깝다.
▲ 전주국제영화제가 9회 행사를 마쳤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들이라는 점에서 외부 반응은 좋다. 10회를 바라보는 전주영화제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전찬일=전주영화제는 국제성으로 승부하려고 하면 안된다. 지정학적 위치나 맨파워 등 모든 면에서 부산을 따라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안영화제로서의 성격을 유지·강화, 전주의 정체성으로 더욱 확고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영호=전주영화제에서 매년 24∼30여편의 영화를 관람해 왔다. 예술 실험 영화라고 할까. 전문적이고 아카데믹한 영화가 생각보다 많다.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등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지역성 강한 영화도 많다.
-전찬일=전주영화제는 줄곧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사실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관객 숫자가 적더라도 상업성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문제는 지나치게 메가박스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전주영화제가 메가박스영화제가 되면 안된다.
-신귀백=전주영화제를 보면 좌석점유율이나 매진율이 상당히 높은데, 이는 상영관 좌석 수가 적기 때문이다. 집중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공간의 협소함은 문제다. 또한 숙박시설이나 먹거리, 볼거리 등에 관광객들을 위한 마스터플랜도 짜야 한다.
-김건=부산영화제는 TV프로그램 '시네마월드'를 통해 전국 방송을 하고 있다. 전주도 전주영화제를 중심으로 문화소식을 아우를 수 있는 TV프로그램이 있다면, 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또한 전주영화제가 특화시키고 있는 '대안' '독립'과 관련, 전국 또는 세계 단위의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기존 협회에 가입해 활동했으면 좋겠다.
▲ 전북독립영화협회는 독립영화제 개최, 「전북영화사」 발간 등 지역에서 의미있는 작업들을 해왔다. 특히 올해는 전북독협이 주최하는 전북독립영화제에 유료관객이 몰리면서 독립영화의 저변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했다.
-신귀백=전북독협은 작지만 강한 단체다. 전국에서 전북만큼 크고 작은 영화제가 많은 곳도 없다. 역사가 쌓여가고 있는 만큼 세대교체도 필요하다. 정말 일할 수 있는 젊은 일꾼들이 필요하다.
-이영호=전북독협은 서울독립영화협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내에서 제작된 독립영화를 지역에 소개해 왔다. 영화 전문 인력을 교육하고 외국 독립영화가 지역에 들어올 수 있는 가교 역할도 했다. 그동안 조직이 불안정했지만, 현재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다. 인력부문만 보강된다면 전북독협의 활동이 급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년째 영화비평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10여명 정도가 모여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쓰고 논쟁을 벌인다. 성과물로 평론집도 발간할 계획이다.
-신귀백=전북독협이 영화를 감상하는 안목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도 힘을 써야 한다. 영화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치열함도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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