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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부패의 손모가지는 잘라내야 - 김재호

김재호(사회부장)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다소 혼란스럽지만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이런 말도 있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 성기기는 하지만 결코 새지 않는다. 죄는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지난 23일 김진억 임실군수가 재임 중 두 번째 기소된 재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퇴정하던 김 군수는 재판장 안을 가득 매운 주민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정치인의 본능적 반응이었을까.

 

그는 아마 "나는 무죄입니다. 그 녀석(비서실장)이 나한테 모두 뒤집어 씌운거요. 항소해서 꼭 무죄를 입증하고, 군수직에 복귀할 테니 염려들 마시오. 지난번 (뇌물각서 사건 재판)처럼 말이오"라고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얼마전,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경상도 말씨의 남자는 임실군 산하 한 기관장의 비리를 제보했다. 자신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까지 밝힌 그가 알려온 제보 내용은 이미 감사원에서 감사를 했고, 제보 대상자가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사안이었다.

 

그러나 제보자는"감사원의 정직처분은 솜방망이"라며 수사기관에 진정을 냈다. 검찰 검토 결과에 따라서 해당 기관장은 사법 처리도 감내해야 할 상황인 셈이다.

 

기자는 이번 제보를 계기로 임실지역 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부정부패와 불신, 투서 등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보자가 해당 기관에 근무한 적도 없으면서 직접 관련된 직원들이나 알 수 있는 기관장의 부적절한 처신들을 속속들이 적시할 수 있었던 것은 얼굴없는 수 명의 내부 직원이 제보자 뒤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관계기관과 언론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진짜 의도가 조직 내 정의구현인지, 상대방을 제거한 뒤에 예상되는 그들의 이익인지 다소 헷갈리는 대목도 있다. 하지만 결국 부패가 있다면 제거해야 한다는 것은 진실이다.

 

김진억 군수의 두 번째 구속 기소, 그리고 실형 선고도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 2월. 김군수는 대법원으로부터 뇌물각서 사건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군수직에 복귀했다.

 

그 무렵, 법조계에는 김군수가 특정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구체적 내용의 제보가 날아들었고, 검찰은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다. 핵심인물이 도주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수사는 급진전됐고, 임실군에서 사업을 한 업자 2명이 1억4000만원의 뇌물을 군수 비서실장 김모씨를 통해 김군수에게 제공한 사실이 검찰수사와 1심 재판 결과 드러났다.

 

공무원의 부정부패에 완전범죄는 없다. 그것은 그동안의 숱한 공무원 범죄에서 드러났다. 자기들끼리는 은밀히 주고받는 뇌물이지만, 낮에는 새가 살고 밤에는 쥐가 사는 게 세상이다.

 

대법원 판결까지 갈 가능성이 큰 사건이지만, 백보 만보 물러서더라도 김군수가 더 이상 군수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임실군의회가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밝힌 것도 그런 맥락이다.

 

임실군은 변해야 한다. 지난 2000년 이후 세 명의 군수가 9년째 임실군의 발목을 잡았다. 그 발목을 잡은 부패의 손모가지를 잘라내야 한다. 임실군 곳곳에 스며있는 부정부패, 불신의 원혼을 불태워 싹을 없애야 한다.

 

기축년 새해, 임실군의 변화와 혁신, 발전을 기원한다.

 

/김재호(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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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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