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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무기력도 죄악이다 - 김원용

김원용(정치부장)

#2006년도 전북의 교육수장을 두 차례나 지낸 문용주 전 전북도교육감의 전북도지사 출마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교육감 경력 때문이 아니라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출마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우국의 마음으로 한나라당을 택했다고 출마변을 밝혔다. 교육청 출입때 인연이 있던 기자에게도 자신의 선택이 잘 된 것 아니냐는 쪽으로 호응을 얻어내려 했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전북 출신의 이재성 국회의장 정무수석은 한나라당 당직자 공채시험에 합격하고도 당당하지 못했다. 대학 은사로부터 "운동권에 몸담았던 자네가 왜 하필 한나라당 쪽으로 가느냐"고 핀잔을 받았다. 다른 은사로부터 '베루프'(Veruf=독일어로 직업을 뜻한다)는 베루프다는 말로 위로를 받긴 했지만, 자신이 존경하던 은사로부터 들었던 '아픈 말씀'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단다.

 

전북에서 한나라당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 지 보여준 비근한 예다. 당 간판을 달려면 왜 그런지를 설명해야 하고, 왜 하필 한나라당이어야 하는 지 해명 아닌 해명이 필요할 만큼 한나라당은 전북에서 '딴나라당'이었다.

 

그 이유와 원인에 대해서는 굳이 사족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자업자득이지만, 적어도 야당 시절에는 동정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 지역에서 1당 독주 체제의 문제점 또한 아주 많아 견제 심리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안타까움이나 동정을 받을 여지조차 사라졌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몸담고 있고, 국회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집권 여당이어서만이 아니다. 집권당이 된 후 지역에서 무기력증은 곧 전북도민들에 대한 죄악이다. 집권당의 지역에서의 무기력증은 곧 지역 발전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결코 '딴나라당' 이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1년 전 대선승리 후 전북선대본부 해단식에서 오양순 공동위원장은 "그동안 고생을 밑거름으로 지방정치의 주역이 돼 5년 후 지금보다 더 큰 기쁨을 누리자"고 했다. 김경안 총괄본부장은 전북도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전북에서 한나라당이 도민을 위해 일하고 있음을 지켜봐 달라"고 거들었다.

 

한나라당의 1년 전 호소와 약속이 공허할 뿐이다. 도당위원장의 오랜 공석과, 말만 집권당일 뿐 중앙당에 잘 먹히지 않는 역학 관계 등 전북도당 나름의 고충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전북도당이 무기력해서다.

 

새해 벽두부터 전주지역 2개 선거구 재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앞에는 선량들이 줄을 서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거론 후보조차 없으며, 지역 여론도 누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올 지 관심이 없다.'전북에선 불가능하고(한나라당), 그런 당이니 별 수 없지(전북유권자)' 로는 미래가 없다.

 

집권당이라고 힘만 주면 유권자들은 더욱 멀어진다. 지역에서도 집권당에 걸맞는 책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현역 국회의원이 없어 지역구의 현안을 챙기기 위해 다른 지역 국회의원과 자매결연을 맺어야 하는'자존심 상하는'일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한나라당 도당이 15일 갖는 신년 하례회서 지난 1년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거듭나길 다짐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씨를 뿌리고 정성을 들여 가꿔야 훗날이라도 그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김원용(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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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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