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2 07:52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데스크창
일반기사

[데스크窓] 농촌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나 - 이성원

이성원(교육문화부장)

교육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학교자율화와 대학입시 자율화, 영어몰입교육, 교과서 교체, 일제고사, 학교정보공개, 국제중, 자율형사립학교 설립 등등.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오전 TV에 생중계된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교육개혁'을 올해 중요 과제중 하나로 꼽았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자율과 창의가 교육현장에 넘쳐 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촌학교부터 e-러닝학교로 바꾸고, 농촌지역에 150개의 기숙형 공립고를 만들며, 전문계고에 취업맞춤형 마이스터고 50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경쟁'이 필요하다며 학교정보공개와 교원평가제도를 뿌리내려 국민들이 공교육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들의 믿음은 높지 않은 듯하다. 지난해 연말 한 교육전문 주간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교육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17.4%(대체로 잘함 12.7%, 아주 잘함 4.7%)로 부정평가 50.4%(대체로 못함 29.8%, 아주 못함 20.6%)의 1/3 수준에 그쳤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32.3%였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교육기회를 주고 자율과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한다는데 국민들은 왜 안 믿는 걸까, 왜 싫어하는 것일까?

 

사실 농촌지역에 사는 학부모들은 e-러닝 학교나 농촌지역 기숙형 공립학교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는다. 안 하느니 보다야 낫겠지만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 오죽하면 농촌의 자치단체들이 교육기관을 제쳐두고 교육을 직접 책임지겠다며 기숙학원을 만들고 방과후프로그램 특강에 나섰을까?

 

농촌의 자치단체가 아무리 유능한 강사를 초청해서 발버둥을 쳐봐도 서울의 유명학원을 못 따라가고, 농촌의 기숙형 공립학교가 서울에 만들어질 자율형 사립고에 못 미친다는 것쯤은 농촌 사람들도 누구나 다 안다. e-러닝이네, 기숙형학교네로 생색내면서 농촌사람들을 어르고 달래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국제중이네, 자사고네 하면서 농촌을 따돌리는 정책이 더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전 정권의 평준화는 이제 서열화로 바뀌었다. 교육의 무한경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교과부 고위공무원들을 대폭 물갈이 했으니, 새 진용이 의욕을 갖고 나설 것이다. 벌써부터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가 구마다 1개 이상씩의 자사고를 만들겠다는 말이 나온다. 비싼 수업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귀족형 입시학교다. 앞으로 대학입시는 이들 자사고가 싹쓸이 할 것이다.

 

이에따라 농촌의 상대적 박탈감과 피폐화도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이제 우리 농촌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나? 어지러운 세상에 어리석은 질문을 해본다.

 

/이성원(교육문화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성원 leesw@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