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찾으면 더 없이 좋겠지만 올해 구정은 폭탄이다. 일요일을 빼고 나면 남는 휴일은 이틀. 고향을 찾더라도 고속도로 전쟁에 엉덩이 붙이고 앉을 시간은 얼마나 될까. 운전으로 피곤해 자고, 명절 음식 먹고 배불러 자고,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으로는 너무나 짧다.
특별한 계획을 만들지 못했다면 구정은 영화관에서 보내보자. 구정을 맞이해 새로운 영화들이 잔뜩 개봉했을 뿐 아니라 종류마저 다양하다. 그 누구와 가도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을 장담하는 바다.
▲ 작전명 발키리(스릴러/ 120분/ 12세 관람가)
구정기간 상영하는 영화 중 가장 화두에 있는 작품. 얼마 전 주인공 톰 크루즈가 한국을 찾아 이슈가 됐을 뿐 아니라 메가폰을 잡은 감독이 브라이언 싱어이기 때문이다. 유주얼 서스펙트(1995), 엑스맨 시리즈, 슈퍼맨 리턴즈(2006)가 모두 그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기대가 되는건 당연하지 않을까.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과 유럽을 파멸시키려는 계획을 실행하던 세계 2차 대전 시절, 강직한 성품의 슈타펜버그 대령(톰 크루즈)은 나라에 충성하면서도 히틀러의 만행을 멈추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히틀러가 비상시 세워놓은 '발키리' 작전을 통해 히틀러를 처단하려 하는데.
짧은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홀로코스트 영화의 정점이다.
▲ 체인질링(드라마, 범죄 미스터리/ 141분/ 18세 관람가)
그가 아이를 낳긴 낳았다보다. 완벽한 몸매와 도도한 태도로 나이조차 가늠하기 힘든 안젤리나 졸리는 이 영화로 자신이 '엄마'임을 증명했다.
회사에서 돌아온 싱글맘 크리스틴(안젤리나 졸리)는 9살 난 아들이 사라진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아들은 찾을 수가 없다. 아들을 찾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5개월이 지나서야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을 받게 된다. 하지만 경찰이 데리고 온 아이는 그의 아들이 아니고 경찰은 귀찮다는 듯 사건을 종결 시키려고만 한다.
엄마와 아들사이의 이 이야기의 포인트는 모정도 사랑도 아닌 공권력의 허점과 그들의 무능함이다. 시대도 배경도 다르지만 다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행복을 뒷전으로 하는 공권력은 그 옛날도 똑같아 씁쓸함을 던진다. 가슴 먹먹한 어머니의 사랑과 눈물, 용기가 펼쳐지는 감동 드라마.
▲ 베드타임 스토리(판타지, 코미디/ 99분/ 전체관람가)
'마음껏 상상하시라. 화끈하게 이루어지리라!'
외국산 코미디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담 샌들러의 출현 유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코믹 연기와 약간의 유치한 소재와 훈훈한 감동까지 버무려진 아동용 영화랄까.
아버지가 경영하는 작은 호텔에서 스키터 브론슨(아담 샌들러)는 아버지가 자기 전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 가득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호텔이 망하고 수리공으로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는 어느 날 조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다음 날 현실이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고 아이들의 상상력 덕분에 호텔 경영의 기회를 갖게 되는데.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벤허의 주인공이 되고, 서부개척시대에 미녀를 사로잡는 카우보이가 되는가 하면 우주 속에서 결투를 벌이는 투사가 된다면? 당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이 시공을 초월해 이뤄지는 1주일을 만나보는 영화. 맛깔스런 아담 샌들러의 연기와 시시각각 변하는 화면이 웃음을 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전쟁, 액션/ 141분/ 15세 관람가)
중국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1편만 먼저 개봉한 적벽대전. 원래 1편과 2편을 동시에 개봉하려고 했던 것을 알던 관객들은 본의 아니게 '낚이고' 말았다. 허탈감에 쓰러진 관객을 살려줄 2부가 구정 시즌을 이용해 개봉했다. 삼국지 적벽대전 이야기를 중심으로 양조위, 금성무, 장첸 등 알고 있는 홍콩 배우는 모두 등장하는 오우삼 감독의 작품. 종종 원작과 다른 부분도 보이지만 거대한 스케일 속에 화려한 전투, 카메라 워크, 살짝 부담스러운 대사(?) 까지 시대상을 잘 살리고 있다.
극히 일부분 이지만 삼국지를 영화로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법 긴 1부를 연휴를 이용해 볼 수 있으니 구정을 위한 영화라 감히 말하겠다. 1부를 볼 때 살짝 후회 했던 것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던 삼국지 때문에 아는 척을 할 수 없었다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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