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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길위에 선 마리오네뜨 내면의 아픔 말해주다

자폐증 아이 둔 유미옥씨 서울서 다섯번째 개인전

먼 그대, 캔버스에 아크릴·돌가루 96×163cm, 2008 (desk@jjan.kr)

울다 말았는지 웨딩드레스를 입은 피에로의 얼굴이 얼룩져 있다. 피에로는 마리오네뜨 인형을 끌고 안개 숲을 헤맨다. 붉은 눈의 올빼미와 나무 사이로 쏘아보고 있는 늑대가 있으며,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불길은 오히려 막힌 숨통을 틔워준다. 작가 안에는 뾰족하게 가시가 나있는 엉겅퀴가 살고 있다.

 

'무섭다' '어둡다'라는 말을 예상했었지만, 막상 걸어놓고 보니 반응이 꽤 괜찮다.

 

예쁜 그림이 넘쳐나는 세상, 그의 그림이 신선해 보인다. 한 점 한 점이 모두 그의 마음 속에 웅크리고 있던 앙금들. 피할 수는 없었다.

 

서울서 주목받는 작가였던 유미옥씨(47)는 자폐아의 엄마로만 12년을 살았다. 남편인 최효준 전북도립미술관장과 함께 전북으로 내려왔고, 2006년 전주에서 오랜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잊고있던 작가의 외출. 세상은 다시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의 다섯번째 개인전 '길을 묻다'가 10일까지 서울 포토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다.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 전시보다 더 터져나온 것 같다"에 이어 "페미니즘 모임의 멤버로 받아주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자폐증 이차 증세로 아들이 쓰러지던 날, 작가는 운명에 매달려 출렁거리는 마리오네뜨를 떠올렸다.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항변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작가. 하루 10시간씩, 12시간씩 작업실에 처박혀서 그는 아이의 장애 때문에 누르고 외면해 온 내면의 불덩이와 육탄전을 치르고 비로소 그림을 토해낸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했지만, 프랑스 파리 그랑 쇼미에르에서 유학하면서 서양기법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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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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