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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장의원님, 문화재가 운다고요? - 김원용

김원용(정치부장)

장세환 의원님.

 

의원으로 당선된 후 뵙지 못했지만, 의원님의 활발한 의정활동을 잘 지켜보고 있습니다. 의원님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언론사 선배며, 전북도 정무부지사 등으로 활동할 때 취재원으로서도 좋은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선배께서 의원으로 진출하는 과정과 의정활동을 하면서 친정이라 할 전북일보에 서운함이 많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여기에 또 불편하게 여길 이야기 하나를 더 보태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다름아니라 의원님께서 발의하신 문화재보호법 개정안과 관련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서 입니다.

 

의원님께서는 지난달 발의한 법 개정안에서 일제의 식민통치와 침략전쟁, 민족문화말살 및 경제적 수탈 수단으로 이용된 동산이나 부동산에 대해 문화재로 지정·등록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평소 의원님의 기개를 잘 알기에 일재의 잔재를 깔끔히 청산하고픈 욕심과 의지의 발로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네거티브 문화재라고 보존 가치가 없을까요. 2년 전 폴란드 아우슈비츠를 가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유태인을 처형했던 독가스실을 포함한 수용소 건물과,고압전기가 흘렀던 철조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건물내에는 처형된 사람들의 사진, 유품 전시장 등에서 참혹했던 당시의 역사적 현장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희생자의 머리털과 신발, 안경, 아이들 장난감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매년 이스라엘 국민 수십만명이 이곳을 찾아 통곡한다고 합니다. 이곳은 197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습니다.

 

참담한 역사와 역사적 유물들을 보존하는 곳이 어디 아우슈비츠뿐이겠습니까. 폴란드의 수난사가 담긴 바르샤바 역사지구나, 아프리카인들이 팔려갔던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세네갈의 고래섬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국내로 눈을 돌려 병자호란때 굴욕을 당했던 삼전도에 세워진 청 태종의 공덕을 기리는 삼전도비도 사적 101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습니다.

 

참담한 역사이기에 아픔이 더욱 클 수밖에 없으며, 역사적 교훈도 더 강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의원님께서도 일제 시설물중 역사적·교육적으로 보존 및 활용가치가 있는 시설은'역사적 보존자료'로 지정하도록 법안에 담았습니다. 그러나 문화재라는 이름이 붙지 않는 사적이나 기념물이 문화재이듯, 역사적 보존자료라고 해서 문화재가 아니라고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근대문화유산이 역사적 보존자료로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문화재 범주에 넣지 않고도 다른 보존방법이 있다면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만.

 

독일이 아우슈비츠를 잊고 싶어하듯, 일본도 침략의 역사가 잊히길 바랄 것입니다. 우리에게 일제는 아픈 역사지만, 그 역사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쪽은 오히려 일본이 아닐까요.

 

여러 연구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만들었을 법 개정안에 대해 매도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일제가 남긴 잔재를 어떻게 교훈으로 삼고 정리할 지 이슈를 제기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정안이 실제 법제화 될 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폭넓은 논의를 거쳐 좋은 법안 만드시길 바랍니다.

 

/김원용(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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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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