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사회부장)
요즘 명함 받을 일이 많아졌다. 워낙 불확실성이 강한 세상이다 보니, 도내에서도 전대미문의 일이 진행되고 있다. 느닷없는 선거철이 도래했다. 불과 9개월 전에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져 전북을 대표하는 11명의 국회의원이 선출됐지만, 그 중 2개 선거구 국회의원 당선이 무효되는 바람에 국회의원을 다시 선출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부터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돼 전주완산갑의 경우 무려 13명이 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돌입했다. 전주덕진의 경우 '왕의 귀환설'에 놀란 입지자들이 눈치작전에 들어가면서 다소 저조, 4명에 불과하지만, '왕의 귀환'이 무산될 경우 곧바로 치열한 후보경쟁이 예상된다.
선거철답게 졸업식장 등 크고 작은 행사장에는 명함을 돌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고, 주요 간선도로 중에서 시야가 확 터진 건물들은 여지없이 예비후보를 알리는 '엄청나게 큰'현수막이 시민을 압도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두드리는 자에게 문은 열릴 것이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사람이 뜻을 품었다고 곧 길이 뚫리지도 않고, 두드린다고 곧 문이 열리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그들의 능력이 출중하고,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고,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호소한다고 해도 정당 공천과 투표 절차를 거친 후 고작 2명만이 금배지를 가슴에 달 수 있다.
길거리 등에서 명함을 나눠주는 것은 시민들에게 예비후보 본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그들 가운데 정당인은 공천심사위원회 통과를 위해 중앙당과 지역 정당 조직을 상대로 별도의 '선거전'을 펼칠 것이다.
내가 가장 똑똑한 일꾼이라고 아무리 우겨대도, 정당공천을 통과하지 못한 인물과 유권자에게 인지도가 떨어지는 인물은 일단 당선권에서 멀어질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지난 4.9총선에서도 고질적 문제가 생겼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 당선자 선거사무소는 '전화부대'를 창설, 후보를 알리는 전화공세를 펼친 사실이 밝혀져 사법처리됐다. 일부 당선자 선거사무소 핵심 간부는 수만건의 문자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보낸 사실이 밝혀져 역시 사법처리됐다. 비열한 반칙임에도 불구, 이런 유형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본인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는 범죄다. 그래서 선거범죄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이 분명하다. 국회의원 투표 당일에 지지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보, 명함에 학력을 잘못 표기했다가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후보,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역시 피선거권이 박탈당한 후보 등 숱한 선거범죄가 지난해 선거에서 판쳤다.
하지만 그 모든 선거범죄는 당선무효가 나온 전주완산갑과 전주덕진에서 절정을 이뤘다.
전주완산갑은 '세글자' 때문에, 전주덕진은 주민 신고 때문에 국회의원 당선이 무효됐다.
이번 선거전에 나서는 입지자, 예비후보들은 이런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국회의원 당선무효에 따른 재선거로 인해 완산갑과 덕진 선거구에서 10억원이 넘는 국민세금이 투입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까?
혹시 지금 이 순간, 후보 공천을 받기 위해, 또 당선되기 위해 혹시 선거법을 위반하고 있지는 않은가? 특히 당선돼도 선거운동원에 대한 사법처리만 되고 후보 본인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빠진다는 비열한 마음으로 반칙을 주도하거나 방조하고 있지는 않은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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