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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정직한 소통, 하지만 빗나간 실천 - 김경모

김경모(기획취재부장)

말 많던 제1기 경제팀이 물러가고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2기 경제팀의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첫 일성은 "우리나라 경제가 올해 -2% 성장률에 그치고, 취업자는 20만명이 감소할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이다.

 

정부의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지난해 말 정부가 +3%를 내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예산을 짰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예상치가 순식간에 무려 -5% 포인트나 추락한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윤 장관의 발언을 둘러싸고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정직하고 솔직한 진단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현 상황이 중차대한 비상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시작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경제의 또 다른 축을 지고 있는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했다는 전제 아래 "현 상황이 희망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올해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2기 경제팀들의 잇따른 발언은 그동안 감추기에 급급했던 기존의 행태에서 벗어나 정직을 바탕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타는 제대로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비상 국면을 타개하는 실천 방안은 여전히 미덥지 않은 구석이 있다. 윤 장관이 취임과 함께 구체적인 행동에 옮기고 있는 정책이 추경예산안 편성이다. 물론 정상 궤도를 벗어나 시장 시스템이 망가진 상황에선 민간부문 보다 공공부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대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경제에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예산이란 수단을 거론하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호흡을 길게 갖고,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게 더없이 중요하다. 숨이 넘어가는 환자를 치료하는데 인공호흡은 필요하지만 머지않아 부메랑으로 우리의 뒤통수를 칠 수도 있는 극약 처방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2기 경제팀이 서두르는 추경예산은 자칫 잘못된 극약 처방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 정직한 접근을 시도한 정부에게도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일 수 있다.

 

올해 정부 예산은 일단 경제성장률 +3%를 기초로 구성됐다. 윤 장관 출범과 함께 성장률이 -5% 포인트나 수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세수는 엄청난 부족사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세수 부족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채권 발행일 것이다.

 

한 쪽에선 채권을 발행하고, 또 다른 한 쪽에선 추경을 통해 자금을 공급한다면 일시적인 경제 회복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그 뒷감당을 누가 처리해야 하는가. 불황에서 한숨 돌리기 위해, 경기 후퇴와 함께 인플레이션이라는 또 다른 폭탄을 안고 사는 격이 아닐까.

 

2기 경제팀이 진력할 곳은 '돈 공급'이라기 보다 '돈 배분'이 아닐까. 정부는 경제 위기가 가시화된 이후 적지 않은 자금을 시장에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많은 돈들이 모세혈관에 도착도 하기 전에 사라지고 있다.

 

2기 경제팀은 이들 돈들이 어디에서 정체되었는지 확인해 시원하게 뚫어주는 한편 자금 배분의 우선 순위가 어디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김경모(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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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모 kimk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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