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앙'서 '돈 카를로스' 역으로 호평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돈 주앙'에는 주역도 아니고 얼굴도 익숙하지 않지만 눈길을 끄는 배우가 있다.
'돈 주앙'의 친구 '돈 카를로스' 역을 맡은 배우 조휘가 그 주인공. 그는 안정된 연기와 가창력을 바탕으로 돈 주앙의 조언자로서 극을 이끌어 가는 비중있는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
작년 '김종욱 찾기'에서 멀티맨으로 활약하기도 했던 그는 "주인공보다 극을 끌고 가면서 뒷받침해주는 조연에 매력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비록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극을 이끄는 음유시인 '그랭구아르'나 '명성황후'의 '홍계훈 장군'에 도전했던 것도 그래서였다고 한다.
"'내가 돋보이려고 하지는 말자, 극을 연결해주면서 주인공을 받쳐주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회도 그 밑에 깔린 야채나 장식이 없으면 맛있어 보이겠어요? 주연이든 조연이든 아무리 혼자 연기를 잘 해도 작품이 보이지 않으면 그 인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휘는 아직 뮤지컬계에 잘 알려진 배우는 아니지만 2002년 데뷔한 '중고' 신인이다.
교회 연극반에서 활동하면서 배우를 꿈꿨던 그는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접어둔 채 체육교육과에 진학했고,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자마자 연극 동아리를 찾아가 입학도 하기도 전에 연극활동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데뷔는 대학 2학년 때. 선배 소개로 아무 준비도 안 한 상태에서 뮤지컬 '블루 사이공'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합격해 국립극장 무대에 서게 됐다.
"사실 연극에 관심은 있었어도 뮤지컬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도 제가 뮤지컬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해요."
데뷔는 '쉽게' 했지만 이후 오디션에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방황하기도 했다.
"연기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노래를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춤은 수준 미달이었죠. 뒤늦게 공익근무로 군복무를 하면서 '2년 뒤에 보자'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준비했습니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춤을 배우고 노래 연습에 매달렸죠"
2년간의 노력 덕택에 군 복무를 마친 뒤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대구공연과 '김종욱 찾기'에 참여할 수 있었고, '돈 주앙' 오디션에도 합격했다. 모두 철저한 준비와 노력의 결과였다.
"사실 '돈주앙' 오디션은 3차에서 떨어졌는데 추가 오디션 제의를 받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제안받은 역할은 '라파엘'이었지만 '돈 카를로'와 '돈 주앙'부터 돈주앙의 아버지 '돈 루이'까지 작품에 나오는 남자 배역의 노래는 죄다 외워 갔죠. 결국 '라파엘'이 아닌 '돈 카를로스' 역을 따냈습니다."
'돈 카를로스'는 저음부터 고음까지 넓은 음역대를 소화해내야 하는 역할이지만 그는 원래 목소리 톤이 낮아 고음에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약점도 부단한 연습을 통해 극복해 지금은 음역대가 넓어졌다고 한다.
그는 이 작품이 끝나면 '김종욱 찾기'의 '멀티맨'으로 다시 돌아간다. 또 안중근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웅'의 조역 '조도선' 역을 맡아 10월부터 LG아트센터 무대에 설 예정이다. 벌써 올해 스케줄이 다 잡힌 셈이다.
"25일 학교를 졸업해요. 요즘 같은 취업난에 졸업과 동시에 일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하죠. 아직 배우로서 거창한 꿈은 없어요. 먹고 살 수 있는 배우, 나이 들어서까지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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