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억 자유롭게 표현, 관객들 편하게 봐줬으면…
이 젊은 청년은 짐짓 있어보이는 것처럼 행동하는 '어려운 미술'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쉽게 작업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일상이 낳는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듯 사람들도 쉽게 봐주기를 원한다.
27일까지 전주시 덕진동 갤러리 공유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서양화가 차명언씨(26). 원광대 순수미술학과를 올 초 졸업한 그는 마침 작업실을 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2007년 '익산 린갤러리 개인전', 2008년 '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전' 등을 통해 작품을 내보여왔지만, 정식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아직 저한테는 뜻보다는 보여지는 이미지가 중요합니다. 뜻은 제가 담는 것 보다 관객들이 스스로 부여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보는 사람들이 재밌어했으면 좋겠어요."
작품 속 이미지들은 그의 일상의 기억으로부터 형상화된 것. 평상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작은 노트에 스케치해 두었다가 100호짜리 캔버스나 화탁, 헬멧, 컴퓨터 모니터, 우체통 등에 은유와 설명의 방식으로 드로잉해 옮긴 자유구상회화다.
파스텔톤 바탕 위에 알 수 없는 형상들이 연결되고 뒤엉키면서 만들어낸 느낌들은 만화적 상상력이 담긴 듯한 인상. 차씨는 "한 때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을 뒀었다"며 "생활용품에 드로잉하는 것은 각기 다른 질감을 이해하는 것으로 좋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드로잉 작업만 2년째입니다. 드로잉을 하다가 느낌이나 생각들이 막혀서 나도 모르게 비슷한 형상을 그려넣게 될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 때인 것 같아요. '풀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전시장 한 편에 자리잡은 인물 그림은 드로잉과는 전혀 달라 오히려 풋풋한 느낌. 인물들은 차씨 친구들로, 기타나 컵라면 등 친구들과 인연을 맺게 해 준 매체와 함께 그려넣었다.
"예술이 가진 유희를 작가만 즐기는 것으로 그치고 싶지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삶의 예술가인 관객과 함께 즐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현대미술이 대중과 소통하는 새로운 통로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차씨는 2006년 개관 이래 기성작가와 중견작가 초대전에 비중을 둬온 갤러리 공유(대표 이정임)가 올해 처음 기획한 '2009 청년작가전' 첫번째 작가. 이정임 대표는 "전북지역에 가능성있는 청년작가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로 자리잡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며 "작가 발굴 의미로서 청년작가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갤러리 공유는 차씨에 이어 한국화와 도예 등 4명의 청년작가 개인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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