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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신영철 파동과 항소법원 설치 당위성 - 김승환

김승환(전북대 법대 교수)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시절 박재영 판사가 집시법상의 야간집회금지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것과 관련하여 같은 법률조항 위반사건의 재판을 맡고 있는 단독판사들에게 재판을 미루지 말고 진행하라는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건 것이 세상을 경악시키고 있다. 더 이상의 조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사건의 진상은 명확하고, 그에 대한 법적 평가도 시비를 가릴 것 없이 간명하다. 형법상의 직권남용죄, 헌법상의 사법권 침해와 탄핵사유 발생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고도의 법적 전문성과 관록 및 도덕성이 요구되는 대법관의 자리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신영철 사건의 근저에는 법관의 계급제와 항소심 구조의 왜곡이 자리잡고 있다. 법관의 계급제는 법관으로 하여금 승진의 유혹에 빠지게 하고,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법관의 지위를 위계화시키는 반(反)헌법적 장치로 작동해 왔다. 우리는 법관의 계급제와 함께 뒤틀린 항소심 구조의 문제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원래 우리나라 법원의 심급구조는 1심 지방법원, 2심 고등법원, 3심 대법원의 구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던 것이 1961년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 같은해 8월 12일에 국회가 해산된 상태에서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법원조직법을 개정하여 법률이 규정하는 일정한 사건에 대하여 지방법원도 항소심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버렸다. 이때부터 항소심은 지방법원 항소심과 고등법원 항소심으로 이원화되었다.

 

동일한 법원장이 소속해 있는 지방법원에서 같은 사건에 대하여 두번의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는 법관의 계급제와 맞물려 지방법원장이 사건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더욱 크게 만들어 버렸다. 소송당사자는 전혀 새로운 심급의 법원에서 자신의 사건을 다시 한번 심리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자기사건재판금지의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심급제의 기본취지에 맞는 것이다. 이번 신영철 스캔들은 그 동안 사건의 재판에 법원장들이 어떻게 개입해 왔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헌법상 법관은 각각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다. 헌법은 그들에게 심판의 독립이라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헌법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나간 것이다. 지방법원 단독판사가 지방법원장의 교묘한 암시를 외면하기가 매우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과감하게 외면하는 경우 거기에는 인사상의 불이익이라는 무시하기 어려운 위험부담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지방법원장에게는 설사 단독판사가 자신의 지시를 거부하더라도 지방법원 항소심재판에 다시한번 자신의 뜻을 스며들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게 된다. 헌법 제103조가 규정하는 법관의 심판의 독립조항에서 우리는 어떤 경우이건, 어떤 형태로건 지방법원장이 사건의 재판에 개입하지 말라는 명령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법관의 심판의 독립을 건드리지 말라는 헌법적 명령을 지방법원장은 지방법원 항소심 재판이라는 왜곡된 심급구조를 통해서 더 조직적으로, 더 강력하게 무시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 현행 항소심 이원화는 항소심 일원화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지방법원 항소심과 고등법원을 폐지하고, 모든 지방법원 소재지에 항소심을 전담하는 '항소법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권 독립의 수호는 법관의 의지와 용기가 중요하지만, 법관의 그러한 각오를 보호해 주는 제도적 장치는 사법권 독립의 선결과제이다.

 

/김승환(전북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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