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9 07:04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전시·공연
일반기사

[전시] 고달픈 삶의 현장, 앵글에 담다

흑백사진가 신철균씨 첫 개인전 '망' 갤러리 봄

폐허가 된 해안 초소에 놓인 낡은 폐선. 이젠 작고 초라한 그 배가 텅 빈 초소를 지키고 있다.

 

흑백사진가 신철균씨(80)의 사진전'망(望)' 중 일부 작품이다.

 

"이전엔 그 배가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고 아낌을 받았지만, 이젠 버려져 바다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것이 우리네 인생이요."

 

생애 첫 개인전을 여는 그는 1963년부터 군산을 중심으로 한 항만 하역장·해망동시장·째보선창·우풍화학 일대 가난하고 고달펐던 삶의 현장을 담아온 작가다. 거짓없고 순수하고 소박한 앵글, 날 것 그대로의 아이들 웃음꽃을 담아 동네에선'사진사 할아버지'로 통하지만, 일상을 결정적 순간으로 만드는 직관적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풍경전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전 풍경이라고 안 봅니다. 피사체와 내가 공감을 이룬 사물이고, 그게 바로 나요. 의미가 없어요."

 

미리 계산된 틀 안에 가두지 않고, 오랜 기다림과 찰나의 접점에서 피어난 작품들. 원하는 색감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흑백사진을 고집해왔던 그가 이번엔 귀중한 칼라사진 두 점을 선보였다.

 

"모든 걸 작가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져야지, 누구 손을 타면 자기 것이 안돼요. 흑백사진 하면 흑과 백만 생각하지만, 삼원색에서 흑백이 나오는 거요. 내가 원하는 색감을 나와서 낸 것입니다."

 

사진 연도와 장소는 제목보다 많은 의미를 건넨다. 연도와 장소가 사진이 지닌 기록의 의미를 더하고, 생명력을 갖는다는 철학이 반영됐다.

 

"작품은 많지만, 남발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음 준비가 돼야죠. 이전과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확 다가와야 합니다. 잘못하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것이 무너집니다."

 

후대에게 역사를 물려주는 것, 하찮은 미물도 남기려는 역사정신으로 여든이 돼서도 여전히 작업에 매달리는 그.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담기 위한 열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전시는 4월 2일까지 갤러리 봄에서 열린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