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8 07:33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여성·생활
일반기사

[여성의 힘 2050] 노래로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

"노래하는 동안 만큼은 몸과 마음이 편안해요"

18일 오후 2시 남원시 노암동 주민자치센터 내 장애인들을 위한 노래교실.

 

초대가수처럼 보이는 한 사람이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르고 있다. 활기차고 열성적인 분위기. 30여명의 수강생들은 "몸은 불편하더라도, 음정 하나만 틀려도 다 알아챌 정도로 음감은 뛰어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지체장애인협회 남원지부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씨(59·남원시 도통동)는 얼굴을 비롯해 온몸이 조금씩 굳어가는 파킨스 병을 앓았다.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 불가 판정까지 받아 지독한 절망상태를 경험했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걸 즐기는 밝은 성격 덕분으로 그는 장애인 노래교실을 찾았다. 운동을 해야 굳지 않는다는 의사의 권유가 결정적이었다.

 

"노래 하는 동안은 힘든 일은 잊을 수가 있어요. 성격도 활달해지는 것 같고요. 가족들이 참 좋아해요."

 

노래를 부르다 보니 안면 근육도 풀어져 더이상 병세가 진전되지 않았다. '진짜 멋쟁이''아미새' 등은 그의 18번.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이곳에 와서 또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2년 전 장애인협회를 통해 이곳을 두드린 이재성씨(49·남원시 노암동). 그는 젊은 시절 교통사고로 큰 고통을 치렀다.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현재는 건강을 많이 되찾았다.

 

"노래만 부르라고 하면 어디론가 늘 숨어버리고 싶은 사람 중에 하나였다"는 그는 "노래교실을 통해 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큰 성과"라고 꼽았다. 음치라고 여겼던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노래 잘하는 일을 늘 부러워했던 것. 처음엔 모르는 이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감도 많이 느꼈지만, 이제는 넉살이 많이 들었다고.

 

"'애시당초''툭 터놓고' 를 부르면서, 더 활기차게 살 것을 주문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아는 사람들한테 노래 교실 나오라고 적극 권유도 하구요. 살기 팍팍하다고 푸념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남들은 쉽게 즐기는 노래도, 마음껏 하지 못했지만, 이제야 비로소 즐기면서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워가고 있습니다."

 

/임영신 여성객원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