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은 '평화와 안식'
작업을 마치고 잠을 청하는 새벽녘.
생활의 고단함을 뒤로 하고 젖혀진 커튼 사이로 빼꼼히 들여다 본 창밖은 아득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망중한(忙中閑)에 빠졌다가 엄마 품 속 같은 배게에 몸을 파묻었다.
배게와의 만남에 눈을 뜬 심홍재씨(46·사진)는 그때부터 배게작업을 시작했다. 4월5일까지 전주 교동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배게 일기'는 평화와 안식을 소망하는 꿈의 연장을 표현한다.
작품 속에 십자가 형태로 형상화시킨 새와 짙은 암갈색 말이 많이 등장한다. 어둠 속에서 웅크린 작가를 부리로 들어올려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한 분위기가, 휘파람만 불어도 말이 나타나 편안하게 업고 갈 것만 같은 상상력이 살아있다.
작품'배게생각'은 타원형의 배게에 잠자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떠서 덧댄 작품. 오른쪽은 현세를, 왼쪽은 내세를, 이 둘의 조우의 세계까지 드러냈다. 안식과 평화, 기원과 자유를 꿈꾸는 작가의 고뇌가 편안하게 다가온다. 두 개의 배게를 포갠 작품'사랑'도 따뜻하고 안온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행위나 설치작업을 해왔던 그는 이번 평면작업을 통해 작품을 외연을 확장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점은 12간지, 동서남북을 형상화해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장치. 오방색의 화려함, 힘찬 필선과 과감한 화면 분할까지 부단한 실험정신이 표출됐다.
"평면작업은 퍼포먼스, 설치 작업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보고, 삼위일체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축제 성격의 전시를 꿈꿨거든요. 인간의 생로병사를 함께 하는 배게를 통해 인간성 회복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허리는 여전히 뻐근하지만,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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