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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전주국제영화제] 영화평론가 임안자씨

"디지털 작품 실험성 추구 뚝심에 반했죠"

진안이 고향이지만, 스위스에 거주하고 있는 영화평론가 임안자 부집행위원장(67). 9회 영화제를 앞두고 그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전주국제영화제는 비상이 걸렸다. 쿠바영화, 마그렙영화, 소비에트영화, 터키영화, 중앙아시아영화 등 우리에게는 미지의 세계인 그 곳의 영화들을 발굴해 국내외적으로 전주영화제의 이름을 분명히 알린 그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계 구석구석에 숨어있거나 비로소 전주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영화들을 찾아내는 눈을 가진 그는 전주영화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20여년 간 동·서유럽의 크고 작은 영화제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그런 오랜 경험이 전주의 문제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4회때 옵서버로 참여하며 찬찬히 들여다보니 인적, 조직체의 약점이 많이 보였죠. 무엇보다 국제영화제 경험이 풍부했던 전문지식의 인원이 모자랐고, 그렇다고 빠른 변화를 기대할 정도로 경제적 여건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어요."

 

3회 영화제 '아시아독립영화포럼' 부분의 심사를 맡으며 전주와 인연을 맺었다. 사실 옵서버란 낯선 직무였지만, 오랫동안 쌓은 국제적 경험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초청에 응했다. 2004년 초에는 부위원장으로 임명받고, 1회때부터 8년간 일해오던 부산영화제를 떠나 전주영화제에 합류했다.

 

"전주는 2~3회때 벌써 중형의 영화제나 알맞은 편수를 보여줬는데, 그만큼 실책의 위험부담이 컸죠. 당시 전주영화제에 쏟아졌던 비난이나 잡음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선정 영화의 난해성 문제를 떠나서 무리한 프로그래밍과 그걸 다 소화할 수 없었던 기술적 한계와 무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조직체의 미숙함에 비해 높은 수준에 오른 프로그램들이 매력적이었죠."

 

임부위원장은 "디지털 분야의 미래지향적인 작품의 경쟁부문을 서구에 앞서 일찍이 마련했다는 점, 실험성의 정체성이 뚜렷한 프로그램을 지탱해 나가는 뚝심이 마음에 들었다"며, 전주영화제에 대한 첫인상을 전했다.

 

"전주영화제에 오기 전부터 한국의 영화애호가들에게 비서구지역의 희귀한 작품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전주영화제 쪽에서 내 뜻을 받아줬는데, 일종의 특권이 주어진 셈이었죠."

 

해마다 직접 발굴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는 그는 "전주영화제의 무조건적인 신임이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무거웠다"고 말했다.

 

"여러 국제영화제를 다녀봐도 전주영화제만큼 멋있는 슬로건은 없죠. 전주가 '자유, 독립, 소통'을 천명하고 대안영화제가 되기로 결심한 이상, 그에 맞는 빛깔의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건 영화제의 정체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상 이유로 10회를 마치고 전주영화제를 떠나기로 결심한 임부위원장. 그는 "전주영화제가 몸은 작지만 알찬 프로그램을 만들고 국내외 감독들이 서슴없이 만나 창조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겹고 아름다운 장소가 되길 바란다"며 "몇 년 동안 영화에 대한 내 사랑과 정열을 마음껏 태울 수 있었던 곳으로 전주영화제를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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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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