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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북대 연극동아리 '극예술연구회 기린극회' 100번째 공연 올려

현대인의 자화상 담은 주제로 내달 21일 관객곁으로

"선배들 도움이요? 저희가 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뛴 다음에, 안 되면 그 때 도움을 요청해야죠. 젊으니까 몸으로 부딪치려고 해요."

 

지난 2일 저녁 8시 전북대 합동대강당. 리모델링이 중단된 건물 곳곳에는 철근과 목재 등이 널브러져 있지만, 무대 위에 선 예닐곱명의 배우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기에만 '푹' 빠져있다.

 

"영훈이는 굳이 다른 배우들 보려고 하지 마. 안 봐도 돼. 오케이? 또 가자!"

 

이번 공연 연출을 맡은 송동관씨(25·기계설계공학과3)가 주인공 '조만득'을 연기하는 김영훈씨(23·동물자원과학과2)의 시선 처리를 지적했다. 무대 뒤에선 아직 신(scene)에 들어가지 않은 배우들의 연습 소리가 들려왔다.

 

오는 5월 21일과 22일 '제100회 축제 공연'으로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를 올리는 전북대학교 연극동아리 '극예술연구회 기린극회'(이하 기린극회). 지난 1961년 도내에 연극공연단체가 전무했던 시절, 당시 전북대 신문사 편집국장이던 고 박동화 선생이 창단한 '극예술연구회'가 반백년을 이어 100회 정기공연을 맞은 것이다. 기린극회는 1964년 역시 박선생이 만든 전문극단인 '창작극회'와 거멀못 관계로 60~70년대 전북 연극의 중흥을 이끈 양대 축이었다. 1994년에는 '굼벵이벌의 천지'로 '제17회 전국대학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00번째 정기공연은 졸업한 선배님들과 함께 하고 싶었는데, 시간 맞추기가 힘들더라고요. 이번엔 재학생들만 참여하지만 절대 대충 하지는 않을 겁니다."

 

송씨는 "관객들이 공연장을 나갈 때 무엇이든 얻어갔으면 좋겠다"며 '100회'라는 타이틀보다는 내실있는 공연에 무게중심을 뒀다.

 

"주인공 '조만득'을 보고 우리를 보는 것 같았어요. 사람에 찌들고, 돈에 찌들고, 가족에겐 상처만 받죠."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는 이청준 원작의 '조만득씨'를 각색한 작품. 28명의 '기린아'들이 이 작품을 고른 것은 주인공 '조만득'의 모습에서 '현대인의 자화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70~80년대에는 집체극이나 마당극 등 시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작품들을 많이 했대요. 과거엔 연극이 관객들을 이끌었다면 요즘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공연 장비가 많아지고 좋아져 공연하기가 쉬워졌다"는 '기린아'들은 "선배들이 수십 년간 길을 잘 닦아온 덕분이다"며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현재 '기린극회' 회장인 김영훈씨는 "우리끼리는 농담으로 '전북대 연극영화과에 다닌다'고 말한다"며 "먹고 사는 일만 아니면 좋아하는 연극을 계속하고 싶다"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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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김준희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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