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영화미학·기술·색깔에 세계가 주목…감독들 과감하고 모험적인 도전에 영화판 새바람
이 작은 영화제는 단 10년만에 세계에서 인정받는 영화제가 됐다. 그 중심에는 전주영화제가 해마다 선보이고 있는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을 화두로 새로운 영화미학을 탐구하는 '디지털 삼인삼색'. '디지털 삼인삼색'은 영화제 상영과 국내외 배급을 목적으로 특별기획된 디지털 영화제작 프로젝트다. 전 세계 수많은 영화감독들 중 전주영화제만의 기준으로 선정된 세 명의 감독에게 월드프리미어 상영을 전제로 작품당 50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감독의 인지도 등을 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디지털'이란 새로운 영화 미학을 고민하는 데 있어 적합한 감독이어야 한다.
감독들은 디지털 카메라와 편집 장비를 이용해 각각 30분 분량의 디지털영화를 제작하게 된다. 초대받은 감독들 역시 기존의 영화 미학이나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디지털의 자유로움에 흥분한다. 2회 때 <신과의 대화> (2001)를 제작한 차이밍량 감독은 "촬영 자체가 굉장한 흥미를 불렀고, 스스로 '막 영화계에 데뷔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새로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신과의>
'디지털 삼인삼색'은 감독들의 실험을 가능케 한다.
송일곤 감독은 <마법사(들)> (2005)에서 '원씬 원컷'이라는 과감하고 모험적인 형식을 시도했으며, <편지> (2007)의 유진 그린 감독은 실내 씬과 클로즈 업만을 이용해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박기용 감독은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선입견 없이 세상을 탐색하고, 다시 디지털 편집기를 통해 그동안의 자신의 탐색을 재탐색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작업의 특성을 발견한다는 내용으로 <디지털 탐색> (2003)을 제작하기도 했다. 디지털> 편지> 마법사(들)>
그러면서도 주제는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나 개인적 고민들을 보다 밀착된 시선으로 담아낸다. 감독 자신과 어머니가 직접 출연한 나세르 케미르 감독의 <나의 어머니> (2008)처럼 때로는 작품 속에 감독의 가족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나의>
<경심> (2004)의 이시이 소고 감독, <마법사(들)> (2005)의 송일곤 감독, <혼몽> (2005)의 츠카모토 신야 감독 등은 '디지털 삼인삼색'에서 제작한 작품들을 장편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혼몽> 마법사(들)> 경심>
2000년 1회 영화제에서 '디지털 삼인삼색'은 소비보다는 생산적인 영화제를 지향하겠다는 전주영화제의 의지이기도 했다. 물론, 간편한 제작방법과 저렴한 비용, 배급방식 등으로 디지털은 기존의 영화판도를 전복시키기에 충분한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당초 아시아를 중심으로 감독들을 선정해 왔지만, 2007년부터 디지털영화의 가능성에 공감하는 유럽 감독들과의 연대를 시도한다. 민병록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유럽 감독들이 만들어낸 '디지털 삼인삼색'은 그동안과는 또다른 색깔을 만들어냈다"며 "전 세계 창작자를 대상으로 하는 동시에 이 프로젝트를 전 세계로 확대해 내려는 의도도 있다"고 밝혔다.
2007년부터는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여하는 감독들로부터 전주영화제에 소개하고 싶은 작품들을 추천받아 상영하는 '까르뜨 블랑슈' 섹션을 따로 마련해 오고 있다. 성기석 전주영화제 사무국장은 "감독들이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들을 추천해 관객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까르뜨 블랑슈'를 기획했는데, 지난해에는 감독들이 기획의도를 오해해 자신들의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2003년부터는 전주영화제가 '디지털 삼인삼색'에 대한 판권과 배급권을 갖게 됐다. 이전에는 판권을 양도하는 대신 영화배급업체나 제작사로부터 제작비용를 지원받았지만, 2003년부터는 '디지털 삼인삼색'의 상품화를 위해 영화제가 직접 제작비를 감독들에게 지원하고 배급권과 판권을 소유하게 됐다.
'디지털 삼인삼색'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5년 6회 영화제 때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부터. 당시 집행위원회가 영화제의 상징적 프로그램이었던 '디지털 삼인삼색'을 개막작으로 발표하자 모두가 당황했지만, 예매 시작 2시간 25분만에 개막작 티켓 1700여장이 동이 나면서 '디지털 삼인삼색'의 저력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2006년에는 오프라인 상영분이 전부 매진되면서 당시 전주영화제 프리미어 스폰서였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지원을 받아 온라인에서 동시에 공개하게 됐다. 2007년에는 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서도 '디지털 삼인삼색'을 방송했으며, SK텔레콤과 KTF의 인터넷 서비스 영화콘텐츠에서 '디지털 삼인삼색'이 서비스되기도 했다.
2006년에는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디지털 삼인삼색' 특별회고전 '디지털 아시아'가 열리면서 '디지털 삼인삼색=전주영화제'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영화제가 다른 영화제가 직접 제작한 영화들로 특별전을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후 '디지털 삼인삼색'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덴마크 코펜하겐, 이탈리아 토리노, 홍콩,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포르투갈 인디리스보아-리스본, 캐나다 벤쿠버, 이탈리아 페사로, 스페인 라스팔마스 등 전 세계 국제영화제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최근에는 '디지털 삼인삼색 2007 : 메모리즈'가 '제60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데 이어 '디지털 삼인삼색 2008 : 귀향' 중 마하마트 살레하룬 감독의 <유산> 이 '두바이국제영화제' 아시아아프리카 단편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에 선정되는 등 두 번의 국제영화제 수상으로 '디지털 삼인삼색'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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