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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영화제와 한국영화 그리고 지역사회

전통문화+영화+연륜=경제적 파급 효과…관객 수준·시민의식 향상 국제적 행사 자리매김

축제를 문화적 효과 중심으로 바라보느냐와 또는 경제적 효과 중심으로 바라보느냐는 같은 결과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때문에 축제마다 바라보는 관점을 다르게 두는 것이 마땅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주영화제의 경우 문화적 관점과 경제적 관점 중 무엇을 중심으로 봐야하는 지 난해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영화 자체가 산업적 측면이 강한 예술장르기 때문. 하지만 영화제는 실제로 수익사업이 아니라 문화사업이라서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일정한 연륜이 쌓이기까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영화제의 경제학이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소비지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한 여지가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초창기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돈 먹는 공룡'으로 평가받았다. 일부에서는 '누구를 위한 영화제냐' '격년제로 해야 한다' 등 비난이 빗발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주영화제는 생산효과 126억원, 소득효과 31억원, 부가가치 파급효과 69억원, 조세 파급효과 4억5000만원을 이끌어 냈다. 이는 '2008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중 영화의거리 방문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것으로, 총 관광소비에 의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236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화제에 들어간 예산이 29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한다 해도, 남는 장사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효과는 '전주'라는 장소 마케팅 효과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한국이란 브랜드 가치를 높인 것과 같이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를 알렸다. 영화제 하나만을 위해 열흘도 안되는 짧은 시간 안에 35만명의 인파가 전주를 찾았다는 것 역시 영화제가 지닌 유인력을 말해준다. 재방문의사나 추천의사도 다른 어느 축제보다도 높았다.

 

'소리'가 지배하고 있던 지역 이미지에 있어서도 젊은 세대에서는 '영화'라는 테마가 앞질렀거나 거의 비등한 수준이 됐다. 이는 현재 전주가 지향하고 있는 전통문화도시를 현대와 접목시킬 수 있는 소재로 전주영화제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고즈넉한 전통문화도시가 가장 현대적인 영화축제로 다시금 깨어나는 것이다.

 

올해 전주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영화의거리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전주영화제의 가능성이 높이 평가받아온 것은 어느 도시에서도 가지지 못한 영화의거리 때문. 하드웨어 부분에서 영화관이 한 곳에 밀집돼 있는 인프라는 동선을 절약해 주고 영화제를 축제화하는 데 있어 유용한 공간이 된다. 또한 낡은 구도심이었던 영화의거리는 영화의거리대로, 영화제로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올해는 영화제 기간 주변 상가 활성화를 위해 영화제 집행위가 영화제 콘텐츠를 액자 형태로 만들어 주변 상가에 배포하는 '지프 갤러리(JIFF GALLERY)' 사업도 추진됐다.

 

전주영화제는 지역이 국제적인 수준의 행사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도 키워놓았다. 무엇보다 시민의식의 성장이 눈에 띄는데,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을 상징하는 '노란 점퍼' 신화를 비롯해 영화를 보는 지역 관객들의 수준도 한껏 높여놓았다. 정수완 전주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초기 어렵고 난해하다며 전주영화제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시민들과 함께 영화를 공부하고 알아가는 영화제로서 그 성격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9시간짜리 영화도 걸 수 있고 1분짜리 영화도 걸 수 있는 곳이 바로 전주인 것이다.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전주영화제는 유·무형의 지역사회 개발효과를 유발하고 영상중심도시로서 지역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있어 일정하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전주영화제는 지역의 중요한 문화콘텐츠인 것이다.

 

전주영화제의 긍정적인 면은 한국영화 안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전주영화제 1회 프로그래머였던 영화평론가 정성일씨는 "부산영화제가 아시아의 영화제가 되기를 소망하고,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가 주류 바깥으로의 일탈과 상상과의 놀이를 통한 마이너한 컬트 파티를 지향할 때, 전주국제영화제는 디지털이라는 화두를 안고 미래 시제로서의 영화를 이 전통적 문화를 소중하게 사랑하는 고도에서 함꼐 생각해 보자는 제안을 할 때 그것은 한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세번째 영화제로서 자기 정체성을 주장할 만한 충분한 이론적-미학적-역사적-지역적 근거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전주영화제는 상업영화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한국영화 세계영화 안에서 이 악물고 버텨온 독립영화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도움닫기하는 대안의 창구가 됐다. 또한 생소했던 디지털이 가능성 있는 매체로 보편화되기 까지 디지털을 소개하고 실험하는 장의 역할도 했다.

 

전주영화제는 국내 국제영화제 중 제2의 국제영화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분명 부산과 부천의 후발주자였으며, 예산 역시 부산과 부천에 이어 세번째였던 전주.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부천이 조직적 내홍으로 인해 주춤하고 있는 사이 전주영화제는 도약했다. 지난해 전주영화제를 방문한 봉준호 감독은 심지어 "곧 전주가 부산을 따라잡는 재미있는 양상이 벌어질 것 같다"고 까지 했다.

 

10년의 세월. 이제 전주영화제는 모두가 주목하는 영화제가 됐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전주가 상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성공한 부산영화제만을 모델로 운영해 자기 고유성을 잃을까봐 우려한다. 부산이 10회를 지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던 것은 과도한 욕심 때문. 칸을 목표로 영화 상영 편수와 상영장 좌석 수를 2배로 늘리며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상영되는 영화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체성은 흐트러질 수 밖에 없었으며 훈련돼 있는 영화 전문 인력이 한정돼 있는 국내 현실에서 운영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전주영화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민병록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0주년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확대하는 것은 위험한 짓"이라며 "영화제 규모 뿐만 아니라 지역의 인프라들과 함께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간 중간 전주영화제가 초기의 목적이나 성격 등이 약화됐던 것은 자치단체의 지원이 영화제 운영의 주요 재원이다 보니 대중성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었기 때문. 전주영화제 집행위가 자신들이 지향하는 영화제의 성격과 브랜드 이미지를 명확히 하고 설정된 기준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는 10회를 기점으로 자립에 대한 고민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오는 30일 열번째 봄을 맞는 전주영화제는 중요한 시점에 서있다. 주류보다는 비주류를 주목하며, 실험적인 영화들과 도전적인 감독들을 지지하던 지금의 정체성을 지켜 또다시 10회를 맞을 수 있기를…. 분명한 것은, 작지만 소중한 이 영화제가 '자유, 독립, 소통'을 향해 흔들림없이 나아가길 우리 모두가 바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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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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