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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위의 르네상스맨' 유영욱

"깊으면서도 넓은 다빈치적 음악가 꿈꿔"

"극히 세분화돼 있는 세상이지만 저는 깊으면서도 넓은 다빈치적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다방면에 관심의 촉수를 뻗치며 종합적인 음악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어린시절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척척 해내는 음악 신동으로 주목받은 피아니스트 유영욱(32)은 저돌적이고, 강렬한 연주로 '한국의 베토벤'이라는 별명을 가진 연주자다.

 

1998년 산탄데르 콩쿠르 우승 이후 유럽을 주무대로 활동하던 그는 2007년 독일 본에서 열린 베토벤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베토벤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혔고, 최근에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국내 관객들에게 부쩍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올해 마지막 무대에서 부산시립교향악단과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 데 이어 오는 30일 예술의전당에서 코리안심포니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하고, 내달 17일에는 LG아트센터에서 독주회를 한다.

 

관객과 소통하는 피아니스트로, 올봄 임용된 연세대 음대에서 후학을 지도하는 교수로, 최근 400쪽 분량의 소설 초고를 완성한 예비 소설가로, 다채로운 삶을 사는 그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르네상스형 음악가인 셈이다.

 

26일 광화문에서 만난 유영욱은 "세상이 갈수록 세분화되고, 음악 역시 부분들로 쪼개지고 있지만 세상을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종합적인 음악을 하고 싶다"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방면으로 표현해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예술가를 꿈꾼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피아니스트 역시 자신이 살던 시대의 사상과 철학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여러 분야의 예술과 소통한 리스트이다.

 

"연습하고, 곡을 외워 기계적으로 쳐내는 것만이 음악은 아니거든요. 리스트처럼 자신이 사는 세상에 대해 알아야 음악적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주는 어떤 방식으로 운행되는지, 분자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있는지에 대한 관심 역시 어떤 식으로든 음악에 반영되겠죠."

 

이런 생각을 하는 그는 틈날 때마다 수학과 물리학 책을 탐독하는가 하면 1년 반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 '데자뷔'라는 제목의 영문 미스터리 소설의 초고를 최근 완성했다.

 

"어릴 때 작곡을 한 이후로 어떤 윤곽에 기초해 무엇인가를 창조해내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매달려본 적이 없어요. 정식으로 공개하기는 부끄럽지만 (소설을 씀으로써) 정신적 원기를 얻은 것에 만족합니다."

 

르네상스형 예술을 추구하는 그의 기질은 파편화된 기교를 추구하기보다 연주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인상을 창조하고자 하는 그의 피아노 스타일에서도 드러난다.

 

"베토벤콩쿠르 우승 이후 자신감도 생기고, 피아노 치는 스타일도 바뀌었어요. 과거에 악보에 충실하고, 완벽하게 치는 것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좀 더 감성을 중시하는 쪽이죠. 그러다 보니 예전엔 연주가 너무 이성적이고, 차갑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은 감정 과잉이 아니냐는 우려를 듣기도 해요. 청중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고, 결국은 스스로 감동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게 정답이겠죠."

 

젊은 나이에 강단에 서는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서도 큰 즐거움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했다.

 

"20대 중반에 찾아온 슬럼프를 가르치는 것으로 극복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연주에 대한 열정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그는 "한국 학생들은 테크닉이 좋고, 열정이 크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다 보니 스스로 음악을 진정 좋아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음악에 대한 사랑을 불어넣고, 자신감과 적극성을 키워주면 누구나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때 미국 유학 길에 올랐던 그는 "제가 학생 때만 해도 유학이 필수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지금은 한국에 교육 기반이 갖춰졌다"면서 "한국에서 교육받은 젊은 연주자들이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피아니스트와 교수를 함께 하다 보면 한쪽에 소홀하기가 쉬운데 다음 세대에게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양자를 잘 병행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베토벤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유영욱은 사실 누구보다도 많은 레퍼토리를 가진 연주자다.

 

"곡을 구조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한번 쳐본 곡은 잘 안 잊어 버려요. 몇 년 전 했던 곡을 다시 연주하려면 보통 새로 외우는 걸 힘들어하는데 저는 그런 어려움은 별로 없습니다."

 

내달 17일 저녁 7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독주회 '건반 위의 지휘자 유영욱 리사이틀'은 그의 풍부한 레퍼토리와 탐구 정신을 확인할 기회다.

 

폭풍같이 몰아치는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17번-템페스트'로 막을 열어 피아노가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화려함이 묻어나는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로슈카', 깊이 있는 해석이 요구되는 브람스의 '6개의 피아노 소품', 슈만의 '사육제'를 들려준다.

 

3만-6만원. ☎031-712-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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