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가지고 있는 가면 벗겨내니 바로 우리 삶의 현장
# 풍경 하나 = 월세 30만원, 교통비 5만원,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에 약간의 후원금을 내고나면 몇 천원이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비용으로 남는다. 그래서 데이트 대신 자위를 택하고 만다는 '고시원 총무' 임경업씨(34·남). 그런 그가 로또에 52주 연속 1등에 당첨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역시 돈이 최고인가? 초라했던 그에게도 예쁜 여자가 접근해 오기 시작하고, 임씨 역시 커피믹스 밖에 없는 시민사회단체에 고급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갈 정도는 된다. 윤성호 감독의 '신자유청년'을 보며 한참을 웃는 동안 지나가던 여당 의원은 풍선에 맞아 입원을 하고 촛불집회의 격렬한 몸싸움이 지나간다.
# 풍경 둘 = 하룻밤 잠자리를 한 어린 그 녀석으로부터 십원짜리 동전을 받는 그녀. 세월은 흐르고 그 녀석에게도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다.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이 알 수 없는 감정을 정리하고 싶지만, 이 놈의 십원짜리 동전은 어떻게 할까.
남자지만, 여성의 감수성으로 그려낸 영상.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까지 저해상 매체를 활용해 편집하는 다양한 실험은 자칫 청승맞을 수 있는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변신시킨다. 무엇보다 다른 9편과 다르게 '돈'을 경제적 관점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활용했다는 점이 특별하다.
'2009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숏!숏!숏! 2009 : 황금시대> 에는 열가지 풍경이 있다. 숏!숏!숏!>
충무로와 독립영화계에서 자신들의 색깔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는 열명의 감독들은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돈'이 가지고 있는 열가지 가면들을 벗겨내고 나니 보이는 것은 하나, 바로 우리 삶의 현장이다.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공포스럽지만, '돈'이 현재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게 서슬픈 영화. 혹시 어디서 본 것 같은 익숙한 스토리라면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들이 바로 그것들이기 때문이고, 행여 감독들의 연출력이 들쭉날쭉하다고 느껴진다면 같은 주제를 다르게 해석해 내는 감독들의 개성으로 돌리면 될 것. 그렇지 않다면 안그래도 고달픈 삶의 무게에, 꿈의 창구 영화제 개막식이 너무 우울해 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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