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처럼 정성껏 모셔야죠"
정읍시 연지동에 사는 박모 할머니(75)는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어 흐믓하다.
남들이 다 가지고 있어 부러웠지만 어떻게 구입해야 하는지, 가격은 얼마나 비쌀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정읍시노인복지관 노인돌보미 공명자씨(55·정읍시 상동)가 이를 알고 공짜폰을 구입하고 매달 2000원 안팎 전화요금이 나오는 영세민서비스를 주선해줬다. 뿐만 아니다. 매주 한 번씩 찾아와 불편한 곳은 없는지 집안을 살펴주고, 아플 때에는 병원에 함께 가주고, 약 먹을 시간이면 전화하여 제대로 약을 먹었는지 챙겨주니 멀리 사는 자식보다 훨씬 더 좋다며 칭찬이 자자하다.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말 못하는 사연들도 털어 놓을 수 있어 노인돌보미가 다녀간 날은 가슴이 후련해진다는 말을 덧붙인다.
공씨는 지난해 귀가 들리지 않아 불편해하는 할머니에게 한 단체의 후원으로 보청기를 끼워드린 일, 병원에 모시고가 백내장 수술을 하도록 도와드려 밝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본인이 담당한 28가구를 매주 방문하고 수시로 전화 드리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부모님이라는 생각으로 '어머니''아버지'라 부르며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6월부터 각 지자체 단위로 독거노인생활지도사 파견사업이 시작되었다. 정읍시노인복지관은 사업 첫 해인 2007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우수기관 표창을 받을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30명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독거노인생활지도사는 노인돌보미로 호칭을 바꾸었는데 현재 정읍지역의 홀로 사는 어르신 1100명을 대상으로 40명의 노인돌보미들이 활동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통해 홀로 사는 어르신의 안전을 살피고, 건강하고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 필요한 사항을 가르쳐 드린다. 어르신의 상황과 자격요건을 고려하여 필요한 보건 복지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주는 일도 담당한다.
김경주 정읍시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정읍지역 홀로 사는 어르신이 6000명에 이르지만 이들을 다 돌보아 드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소득수준이나 부양자의 유무에 상관없이 실제로 홀로 살고 계신 어르신들이 이용할 수 있지만, 아직은 도움이 가장 많이 필요한 어르신부터 우선 순위에 따라 도움을 드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보다 안전하게, 건강하게, 행복하게'라는 근무수칙을 다짐하면서 열악한 조건인데도 열심히 뛰어주는 노인돌보미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 말한다.
/이금주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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