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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마찬' 리뷰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응시, 그리고 웃음

전주영화제 폐막작 '마찬'의 한 장면 (desk@jjan.kr)

어디를 가나 비슷한 것들은 통한다.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는 명품으로 온 몸을 치장한 부자들의 모습이 똑같듯,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같다.

 

잘 한 번 해보려고 했는데 사기를 당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마를 했는데 허탕이고, 결국 생각은 콩팥을 떼어팔겠다는 데 미친다. 못 사는 사람들의 비참함은 한국이나 스리랑카나 마찬가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둥바둥하는 모습도 별반 다를 게 없다.

 

'2009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마찬> 에는 스리랑카의 가난이 있다.

 

스리랑카의 두 청년 '마노즈'와 '스탠리'는 가난한 고국을 벗어나 외국에서 일자리를 잡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 그러나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매번 거절당하는 비자 신청에 서로를 위로하는 것 뿐. 그러던 어느 날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 핸드볼 대회의 초청장을 우연히 발견한 이들은 스리랑카에는 잊지도 않은 '스리랑카 국가대표 핸드볼팀'을 만든다.

 

2004년 스리랑카의 가짜 핸드볼 선수들이 독일에서 실종됐던 실화를 바탕으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자연스러운 유머에 담아냈다.

 

'뜨거운 바람을 내는 기계'에 30년 동안 서양인들이 손을 씻고 나면 옆에서 수건을 챙겨주던 아저씨는 직업을 잃고, 스리랑카 정부로부터 월급을 받는 경찰도 스리랑카를 떠나고 싶어한다. 한국에 아메리칸 드림이 있었다면, 스리랑카에는 유러피언 드림이 있었던 것. "우리같은 사람에겐 왜 기회를 안줍니까?"라는 항변도 소용없다.

 

핸드볼팀 꾸리는 것을 주도하던 '마노즈'는 독일 비자를 받던 날 가족들과 함께 간 고급 레스토랑에서 서양인들로부터 모욕적인 시선을 받고 가족들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러고는 "돌아와서 가족들을 미워하기 싫다"며 독일로 떠나는 것을 포기한다.

 

사회적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응시에 기반한 리얼리즘과 대중들을 위한 코미디가 적절하게 조화된 수작.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스리랑카 풍경이 낯설기는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비슷한 현실에 위안 비슷한 걸 느끼게 된다.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이 제작하기도 한, 실직 당한 철강노동자들이 스트립쇼에 빠져드는 <풀 몬티> 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영화. 웃기니까 웃지만, 생각해 보니 참 슬프다.

 

상영은 8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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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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