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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전주 남양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이숙현씨

"들어주고 다독이는 일…더불어 사는 비법"…호남카네기연구소 인기강사로 활동

나보다 남을 먼저 돌아보고, 항시 제 몸을 나지막한 곳에 내려다 놓는다. 흰 몇 마처럼 품이 넉넉하다.

 

사람들을 위해 어깨를 빌려주고 두 팔 벌려 안아줄 아는 배려로 그의 집은 마음 쉬었다 가는 곳으로 통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자 호남카네기연구소 강사로 활동하는 이숙현씨(43·남양아파트 관리사무소장)다.

 

"제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일 너무 좋아해요. 씩씩거리며 아파트 관리소에 찾아오는 분들 대다수가 해결책을 바라고 오는 게 아니거든요, 하소연하러 온 거지. 카네기 교육 과정을 통해 배운 게 바로 사람 사는 온기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는 거니까이젠 즐겨요."

 

1998년 3월. 광주 출생인 그는 이곳에서 아파트관리사무소장을 처음 맡았다.

 

"힘든 단지만 골라 갔어요. 여자는 절대 안 뽑는다, 법학과 출신은 더더욱 안된다는 곳이었는데, 면접 후 됐죠. 그때까지만 해도 고생문이 훤히 열려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웃음)."

 

층간 소음은 물론이거니와 아파트 내 주차로 시비가 붙는 일도 다반사. 공사라도 할라 치면 회의를 통해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로 진 빠지는 일도 많지만,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고 믿는다. 예고 없는 순간에 고통이 왔듯 예고 없이 찾아와서 다독이는 사람들이 힘을 주기 때문이다.

 

그의 말투엔 평이하지만, 말과 말 사이에 은은한 울림 같은 게 번져 나온다. 입안에서 맑은 여울물이 흐르는 것 같다. 그가 최근에 읽었다는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샘터사)을 들추니 '내게 힘이 된 말','내 삶을 바꾼 말'로 이곳 저곳이 도배돼 있다. 자신이 되뇌이는 것만으도 아까워 만나는 이들과 이야기하며 뇌리에 촘촘히 박아놓기도 한다.

 

"남들은 밤길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데, 전 동서남북조차 가늠도 못할 때가 많아요. 방향 못 잡고 천방지축으로 살아가는 저를 좀 붙들어 보려고 카네기 코스에 발을 디뎠죠."

 

카네기 연수과정을 가장 잘 마친 이에게 주어지는 MVP가 되면서, 내면의 이야기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게 됐다.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끊임없는 남과의 비교로 자신의 가치를 깎아 내리는 것이 바보같은 일임을 알게 된 것. 자신감, 대화소통 능력, 인간관계, 리더십, 걱정과 스트레스 극복, 이 다섯가지를 삶 안에서 실천하면서 유명한 강사 보다 '좋은' 강사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힘들 때면 신발이 없다고 한탄하면서 거리에 나섰는데, 그곳에서 발목이 없는 사람을 보았다'는 말을 떠올립니다. 순간 이것으로 '족하다''족하다'고 되뇌이게 돼요. 지금까지가 살아온 기적이었다면, 앞으로는 살아갈 기적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싶네요."

 

/이금주 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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